HD현대(267250)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HD현대그룹도 3세 오너 경영이 본격화됐다. 주력 계열사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만큼 조직 혼선을 줄이고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상 11월 중순 시행되던 사장단 인사를 한 달 정도 앞당겼다.
HD현대그룹은 17일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2025년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정 회장은 2023년 부회장에 오른 뒤 지난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다시 1년 만에 회장직에 오르게 됐다.
1982년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업체에서 2년간 근무했다. 이후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해 2021년 10월 사장에 올랐다.
정 회장은 지난 2016년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설립을 주도하며 시총 11조원의 그룹 내 주력사업으로 성장시켰다. 또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작업을 주도,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특히 그는 지난 11년간 극심한 조선 불황기 속에서도 그룹의 위기 극복에 앞장서 새로운 성장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지주회사인 HD현대와 조선부문 중간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이번 인사에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공동 대표도 맡게됐다.
HD현대를 이끌었던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주주총회를 끝으로 HD현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30여년간 이어온 HD현대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막을 내리고 오너 3세를 중심으로 한 오너 경영이 시작되게 됐다.
또 이번 인사를 통해 이상균 HD현대중공업(329180) 사장과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금석호 HD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이상균 부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에 내정됐으며 경영지원 및 재경, 자산, 동반성장 등을 총괄할 예정이다. 김형관 HD현대미포 사장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정 회장과 공동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기존 김성준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해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내년 1월 1일 통합되는 HD건설기계 대표에는 문재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됐으며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회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에는 송희준 부사장이 내정됐다. 또 HD현대로보틱스 김완수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날 발표된 대표이사 내정자들은 향후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점점 치열해지고 다변화하고 있는 국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간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되, 신-구 경영진의 조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성장은 물론, 전 분야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전력을 다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HD현대는 세계 최고의 조선업 위상을 반드시 지켜나감으로써 마스가 프로젝트의 성공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국익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신기술 개발과 끊임없는 경쟁력 강화 노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HD현대는 조만간 각 사별로 인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후속 임원인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며, 새로운 임원진 구성이 끝나는 대로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해 조기에 내년을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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