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암 조기 진단 기술을 지닌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그룹 차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의 인공지능(AI) 역량과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기술에 그레일의 유전자 분석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005930)와 삼성물산(028260)은 그레일에 1억 1000만 달러(약 156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절반씩 투자금을 대는 구조로 본계약은 내년 초 체결된다. 그레일은 혈액 내 수억 개의 DNA 조각 중 암과 연관된 미세한 DNA 조각을 최적으로 선별하고 이를 AI 기반 유전체 데이터 기술로 분석해 암 발병 유무뿐 아니라 암 발생 장기 위치까지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레일이 출시한 제품 ‘갤러리’를 활용하면 한 번의 혈액검사로 50여 종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췌장암·난소암 등 표준화된 선별 검사가 없는 암도 발견할 수 있어 암 치료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갤러리는 2021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40만 건 누적 검사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레일은 갤러리 검사를 내년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 신청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투자를 통해 한국에서 갤러리 검사를 독점 유통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향후 싱가포르와 일본 등에서도 그레일과 협력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그레일의 기술력과 축적된 유전자 기반 암 조기 진단 데이터를 삼성 헬스 플랫폼과 연계하는 방식의 협력을 모색한다.
삼성은 최근 그룹 차원에서 잇따라 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하며 관련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공동 출자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미국의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검사 기술 기업 ‘C2N’과 미국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8호 펀드 등에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헬스케어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해 7월 미국 DNA 분석 장비 기업인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를 단행했고 최근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를 인수한 바 있다.
김재우 삼성물산 라이프 사이언스 담당 부사장은 “이번 투자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유전자와 AI가 융합된 기술 분야로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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