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카드 초판팩 100만원에 팝니다."
2000년대 초 단돈 몇천원에 불과했던 포켓몬스터 카드팩이 지금은 1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기 포켓몬스터 ‘리자몽 카드’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하나로 20년 전 장난감이 금융자산으로 변모한 셈이다.
국내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2000년 출시된 포켓몬스터 초판팩(11장 구성)이 개당 1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20여 년 전 장난감이 ‘프리미엄 수집품’으로 재평가된 셈이다. 해당 팩이 유독 비싼 이유는 인기 포켓몬스터 ‘리자몽 카드’가 포함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이처럼 포켓몬 카드 중 리자몽 같은 희소성과 상징성이 높은 카드는 높은 가격대로 판매된다.
카드 한 장에도 고가 경매가 붙는 실정이다. 네이버의 한 카드 거래 카페에서는 초판본 ‘괴력몬 카드’ 한 장이 5만 3000원에, 초판본 ‘리자드 카드’가 11만원에 낙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포켓몬스터 30주년을 앞두고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 “주식보다 수익률 8배 좋다?”…장난감이 자산이 되다
포켓몬스터 카드의 가치 폭등은 해외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희귀 포켓몬스터 카드는 올해 초 경매에서 55만 5000달러(한화 약 8억원)에 거래됐다. 분석업체 카드래더(Card Ladder)는 “희귀 포켓몬스터 카드의 수익률은 2004년 이후 3821%로, 같은 기간 S&P500지수(483%)의 8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레트로 제품으로 확산됐다. 2007년 출시된 1세대 아이폰은 밀봉 상태일 경우 경매가가 2만 달러(한화 약 2800만원)를 넘어섰으며, 2023년에는 4GB 모델이 19만 달러(한화 약 2억6800만원)에 거래됐다.
밀봉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게임은 2021년 200만 달러(한화 약 28억원)에 낙찰됐고, 1980년대 오리지널 트랜스포머 장난감 역시 개당 2만 달러(한화 약 2800만원)를 호가한다.
◇"돈 아닌 기억을 구매하는 행위"…‘추억 소비’가 만든 새로운 자산 시장
투자 전문가 아담 코프루츠키는 뉴욕포스트를 통해 "2030년이 되면 집 안의 일상용품이 주식 포트폴리오보다 더 가치 있을지도 모른다"며 자금난에 시달리는 이들은 집 안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물건들의 특징은 시대를 대표할 만한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라고 가격이 오르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것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식 투자처럼 돈을 바라고 수집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해당 물건이 과거 속 본인의 기억에 있었으며, 이것과 관련된 기억을 회상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기꺼이 돈을 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10~20대 때 갖지 못했던 것을 경제력을 갖춘 이후 다시 사는 행위”라며 “희소성과 향수, 그리고 경제력이 결합된 새로운 소비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 향수와 투자를 결합한 '노스탤지어 마케팅' 확산
이러한 투자 심리에 편승해 과거의 향수를 이용한 기업들의 마케팅도 활발하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소장 가치를 높이는 '노스탤지어 마케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40주년을 기념해 특별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시계이다. 극 중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착용했던 카시오 계산기 시계(CA-500)를 기반으로 한 'CA-500WEBF' 모델은 영화 속 타임머신의 'OUTATIME' 번호판, '타임 서킷'을 연상시키는 디테일로 팬들을 공략한다.
또한 반다이에서는 초합금 백투더퓨처 시간열차 'Time Train' 40주년 기념판을 세금 포함 5만 9400엔(한화 약 68만원)에 예약 판매하며, 성인 구매자들의 '추억 소비'를 고가치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처럼 과거의 성공적인 IP를 활용한 협업과 한정판 전략을 통해 '소장가치=투자 가치'로 이어지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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