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7일 창립 70주년을 맞는 현대해상(001450)이 외형 성장보다는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경영전략으로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고수익 상품 위주의 판매 포트폴리오 재편과 손해율 관리 강화로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며 미래 100년 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창립 70주년 기념일인 17일 별도 기념행사 없이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이석현(사진) 대표의 사내 e메일을 통해 감사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이 대표 메시지에는 ‘구성원 모두의 역량과 열정을 모아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자’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이 조용한 창립 70주년 기념일을 보내기로 한 것은 회사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보험 업계를 덮친 저출산·고령화의 구조적 위기 속에 회계제도 변화의 파고까지 겹치며 현대해상은 지난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특히 2023년 도입된 새 회계기준인 ‘IFRS17’은 손해율이 높은 실손의료보험과 만기가 긴 상품 비중이 큰 현대해상에 직격탄이 됐다. IFRS 시행으로 납입해야 할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급증했기 때문에 현대해상은 23년 만에 결산배당을 하지 못했다.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은 되레 체질 개선을 위한 쓴 약이 됐다. 현대해상은 지난해부터 고수익 상품 판매 전략과 손해율 관리 강화를 통한 내실경영에 주력한 결과 올해 2분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배수는 17.4배로, 업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신계약 CSM 배수가 높을수록 수익성이 좋은 계약을 많이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반기 신계약 CSM 유입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급증하며 1조 원을 돌파했다.
내실 경영의 성과는 재무 건전성 개선과 높은 계약 유지율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해상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지난해 말 157%에서 올해 2분기 170%로 13%포인트나 뛰어올랐다. CSM 평가의 핵심지표 중 하나인 2년 이상 장기보험 계약 유지율은 올 상반기 기준 37회차(63.13%)와 61회차(54.36%) 모두 경쟁사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홍예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수익 상품 중심의 판매 전략에 따른 체질 개선 노력이 구체적 성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해상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손해율 관리와 업무 혁신에도 적극 활용하며 내실 경영의 고도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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