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하던 2023년 금융권은 고금리와 부동산 충격에 휘청거리던 때였다. 지난 2년 반 동안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신한금융은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탄탄한 수익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산업 지원과 스테이블코인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한 발 앞서 나가는 행보를 보이며 외연 확장과 성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 당시 기획부터 서비스 출시까지 손수 챙긴 공공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는 어느새 금융권 대표 상생 모델로 자리잡는 등 상생 금융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연결 총 자산은 진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22년 말 664조 3442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752조 6915억 원으로 늘었다. 불과 2년 반 만에 88조 원 넘게 증가한 수치다. 순익은 2023년 당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따른 충당금 전입과 상생금융 지원 등으로 전년 대비 주춤했으나 지난해부터 증가세를 이어오며 올 상반기에만 3조 374억 원을 기록,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0.84%, 11.4%로 지난해 말 0.64%, 8.57% 대비 크게 개선되며 기초체력이 한층 탄탄해졌다.
신한금융의 행보가 의미 있는 것은 단순히 경영 지표 개선 때문만은 아니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그 어느 그룹보다 적극적이다. 이달 초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그룹 내 ‘AX(인공지능 전환)·디지털부문’을 신설하고, 신한은행에는 ‘AX 혁신그룹’을 새로 꾸렸다. 내부 업무 효율화부터 고객 접점 서비스까지 전방위적으로 AI를 적용해 금융 경쟁력을 강화해 ‘AI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AI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AI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22년부터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 현재 누적 775억 원을 쏟아부었했다. 전체 전략적 투자자(SI) 투자 중 AI비중이 15%를 차지할 정도다. 신한은행은 정부가 추진 중인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발맞춰 AI, 전력반도체, 차세대 전력망 등 첨단 산업을 지원할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그룹 전체 차원에서도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포함한 생산적 금융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적 금융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신한은행의 올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비중은 전체 원화 대출 대비 54.5%로 4대 은행 중 가장 높다. 이자 장사 논란의 중심인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전체 대출에서 22.3%에 불과해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스테이블코인 사업도 신한금융이 힘을 싣는 영역이다. 앞서 진 회장은 세계 1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와 2위인 서클 경영진을 잇따라 만나며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와 예금 토큰 사업 등을 담당하는 신한은행 디지털솔루션부 인력 채용을 잇따라 진행하며 조직 강화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에 따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진 회장은 지난달 열린 '신한금융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AI 에이전트,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기술 과제가 아니라 금융 본연의 기능을 재편하고 ‘고객 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며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 혁신에 집중하며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상생 금융 성과도 돋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소상공인을 위한 공공플랫폼 ‘땡겨요’다. 땡겨요는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이던 시절부터 애정을 갖고 만든 플랫폼이다. 2%대 낮은 수수료와 광고비 없는 구조로 배달앱 시장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기준 회원 648만 명, 가맹점 27만 곳을 넘어섰다. ‘땡겨요 이차보전대출’, ‘매일 땡겨드림 대출’ 은 입점 소상공인의 금융비용을 낮추는 실질적 지원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 사업 역시 신한금융의 중요한 축이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부문 순익은 4315억 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치를 달성했다. 베트남(1325억 원)·일본(854억 원)·카자흐스탄(482억 원) 등 거점 국가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연도별 손익은 △2022년 5646억원 △2023년 5495억 원 △2024년 7629억 원 등으로 지난해부터 크게 늘고 있다. 2020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시작한 ‘2020 스마트 프로젝트'의 성과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신한은행이 6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는 등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 반해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은 과제로 지적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AI·스테이블코인 등 미래 먹거리 선점과 비은행 부문 부진만 극복한다면 리딩뱅크 탈환에 이어 리딩금융 탈환 역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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