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을 앞두고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토 중인 정부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이어서 시행될 경우 국내 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촉발할 수 있어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서울 중구 상의 회관에서 ‘2035 NDC 산업부문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2035 NDC 방안’에 산업계 및 학계·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NDC는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스스로 정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감축 목표를 11월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해야 한다. 다음 달 10일부터 브라질에서 열릴 제 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이전에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5 NDC와 관련해 2018년 대비 48%에서 최대 65%까지 줄이는 4가지 방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산업계 요구가 반영된 48% 감축안과 2050년 탄소제로 시점에 맞춰 2018년부터 32년간 연평균 감축량(약 2450만 톤)을 토대로 53%를 줄이는 안, 그리고 국제사회 권고인 61% 감축과 시민사회에서 제시한 65% 감축 목표를 두고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NDC 상향 의지를 드러낸 바 있어 산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앞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일 “2035 NDC는 진전의 원칙, 헌법에 명시된 국민 환경권, 미래 세대의 지속 가능한 삶을 고려해 책임 있는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예컨대 산업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철강의 경우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인 수소환원제철이 2035년 감축안에 150만 톤 정도 반영돼 있는데 이 기술의 상용화 시점은 2037년으로 전망된다. 감축 시점까지 실현되지도 못한 기술을 적용해 탄소배출을 줄이라고 하는 셈이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정부가 감축 목표를 수립할 때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 중립 핵심 기술의 상용화 시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바이오 납사, 폐플라스틱 원료화 등을 통해 탄소배출량 감축에 나서야 하지만 원료 수급이나 경제성 문제로 어렵다는 입장이며 시멘트업계 역시 감축 수단 중 하나인 혼합 시멘트가 실제 현장에서는 사용이 쉽지 않아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경부에서 1년 가까이 논의를 거친 감축안이 48%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의욕만 앞세우지 말고 실제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정책 시행은 결국 국내 산업의 기반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철강·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은 단기간에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어려운 산업이어서 과도한 감축 목표는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기업의 해외 이전 등을 초래해 산업 공동화, 일자리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이날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35년까지 무공해차(전기·수소차) 등록 비중 30~35%, 840만~980만 대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며 과도한 감축 목표가 추진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부는 산업 부문의 감축 기술 발전 속도와 현장 여건을 종합 고려해 2035년 이전에 적용 가능한 감축 수단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단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산업계 의견은 부차적인 고려 사항일 뿐 국제사회 권고안 이상에서 수립돼야 한다며 강경한 모습이다. 최창민 플랜1.5 정책활동가는 “2035 NDC는 전 세계 평균 감축률인 61% 이상에서 수립돼야 한다”며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인 산업 부문 감축 목표(21~30%)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