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경기 둔화 신호와 관세 협상 변수로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지난 12개월 간 주식시장은 등락을 거듭했지만 하이일드 채권은 꾸준한 성과를 이어갔다. 특히 2분기 강세 이후 하이일드 채권은 올해 들어 가장 두각을 나타낸 채권 자산 중 하나로 평가될 만큼 견조한 성과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불안정한 시장 환경 속에서 투자자에게 의미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높은 수익률이 있다. 현재 하이일드 채권의 최저수익률은 7.06%로, 최근 10년 내 상위 25% 수준에 근접해 있다. 이 지표는 국채 금리와 신용스프레드를 모두 반영해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향후 5년 간의 기대수익률을 가늠하는 신뢰할 만한 기준으로 여겨진다. 이는 하이일드 채권이 장기적으로 주식에 견줄 만한 성과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용스프레드가 다소 타이트하지만, 결국 성과를 견인하는 것은 수익률이지 스프레드가 아니다.
하이일드 채권의 매력은 단순히 높은 수익률 때문만은 아니다. 기업의 탄탄한 펀더멘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신용등급 하향 조정 사례가 일부 늘고 이자보상배율이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이 약화되고 있지만, 투자자는 팬데믹 이후 부실기업이 대거 정리되면서 전반적인 신용 수준이 개선되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펀더멘털 자체의 훼손이라기보다 과열 국면에서 장기 평균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발행 기업들의 보수적인 재무 전략이다. 무역 갈등과 경기 둔화 우려는 투자자에게 불안 요인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발행사에게는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혼란스러운 투자 환경 속에서 기업은 과도한 차입을 자제하고 부채를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유지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시장 모두에서 순발행 규모가 제한적이었고, 조달 자금의 사용처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차입매수(LBO)나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같은 고위험 거래보다는 대부분 기존 부채의 만기 연장과 리파이낸싱에 집중됐다. 무역 전쟁 속에서 기업들이 보다 신중하게 부채 관리에 임한 결과 만기 장벽에 대한 부담이 크게 완화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하이일드 채권이 경제 충격이나 경기 침체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지금, 높은 수익률과 기업의 보수적 재무 전략이 뒷받침되는 하이일드 채권이야말로 투자자에게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인컴을 쌓아가는 힘, 이것이 바로 조용하지만 강한 하이일드 채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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