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정부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고강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자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급등했다. 장 중 한때 올 5월 2일 이후 처음으로 143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미국 증시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이라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졌다.
국내 시간으로 11일 새벽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6원 오른 142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일 종가 대비해서는 27원 오른 가격이다. 원·달러 환율은 뉴욕 오전 장 후반 1432.00원까지 치솟았다가 상승 폭을 일부 되돌렸다. 야간 거래를 포함해 143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5월 2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 마감 후 1420원 부근에서 횡보하다가 뉴욕 오전 장중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미국 제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곧 대규모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발언 직후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며 원화 가치는 급락했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발언으로 뉴욕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간밤인 10일(현지 시간)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78.82포인트(1.90%) 하락한 4만 5479.60에 장을 마쳤다.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 -2.71%와 -3.56% 하락 마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발표한 직후였던 올 4월 10일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함께 미국 증시 급락이 맞물리며 국내 투자자 불안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를 밀어 올리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종 주가가 특히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 시장 우려를 키웠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는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4.95% 하락 마감한 것을 비롯해 AMD(-7.8%), 브로드컴(-5.91%) 등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 시장 전문가는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심해지면 외국인은 환 헤지 비용·위험 관리 차원에서 한국 주식을 줄이기 쉽고 이게 지수 하방 압력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최근 코스피 지수를 밀어 올리는 주체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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