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팬층을 확보한 만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흥행 요소를 갖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데다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을 통해 IP를 무제한으로 확대할 수 있는 ‘일석 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는 일본 출판사 코단샤와 만화 ‘데드 어카운트’의 게임화를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스마일게이트는 현재 개발 중인 신작 ‘데드 어카운트: 두 개의 푸른 불꽃’의 글로벌 퍼블리싱을 맡게 된다.
게임의 원작이 되는 만화 ‘데드 어카운트’는 2023년에 연재를 시작했으며, ‘리얼 어카운트’와 ‘마녀에게 바치는 트릭’ 등으로 잘 알려진 와타나베 시즈무 작가의 작품이다. 죽은 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디지털화돼 되살아난 유령을 퇴치하기 위해 주인공인 ‘에니시로 소지’가 ‘미덴학원’에 편입해 동료들과 함께 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작품은 내년 1월부터 애니메이션 방영도 예정되어 있어 원작 팬들로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게임 ‘데드 어카운트: 두 개의 푸른 불꽃’은 캐릭터 수집과 성장 요소를 접목한 팀 로그라이트 장르의 게임으로, 원작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해 본연의 재미를 그대로 담아낼 예정이다. 게임 개발은 ‘세븐나이츠’ 등 다수의 게임에서 개발 경험을 쌓아온 개발진이 소속된 이안게임즈가 맡았다. 현재 모바일과 PC, 크로스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다.
오병진 스마일게이트 사업실장은 “데드 어카운트의 게임화는 단순한 IP 확장을 넘어 원작 팬과 게이머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스마일게이트의 퍼블리싱 경험을 바탕으로 ‘데드 어카운트’를 성공적인 글로벌 타이틀로 안착시키고,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의 협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크래프톤(259960)은 반대로 자사 게임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앞서 크래프톤은 일본 3대 종합광고 회사인 ADK그룹의 모회사이자 베인캐피탈재팬의 계열사인 주식회사 BCJ-31을 750억엔(약 7103억 원)에 인수했다. 크래프톤은 이번 인수를 통해 ‘배틀그라운드’ 등 세계적인 인기 게임의 IP를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하는 등 종합 콘텐츠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ADK는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광고 회사 중 하나다. 300편 이상의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 참여 경험을 포함해 콘텐츠 기획·제작, 광고·마케팅 등 크리에이티브 전반에서 전문 역량을 축적해 왔다.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 규모는 3480억 엔(약 3조 2667억 원)에 달한다.
크래프톤은 “최근 급성장 중인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과의 접점을 통해 게임 중심의 IP 확장을 위한 새로운 시너지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가 이러한 사업 방향의 연장선에서, 애니메이션과 게임 간 협업 가능성을 넓히고 일본 내 콘텐츠·미디어 사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크래프톤은 ADK와 파트너십을 통해 양사의 고유한 역량을 중심에 두고, 각자의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협업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 외에도 넷마블(251270) 역시 전 세계에서 누적 550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일본 인기 만화 ‘일곱 개의 대죄’를 기반으로 한 게임(‘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내년 1월 28일 출시한다. 해당 게임은 오픈월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장르로 개발되고 있으며, 플레이스테이션 5 플랫폼뿐만 아니라 PC와 모바일까지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국내 게임사들이 만화 및 애니메이션에 집중하고 있는 까닭은 ‘일석 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만화를 게임으로 제작하면서 어느 정도 인기가 보장되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크래프톤처럼 이미 흥행을 거둔 게임을 다시 애니메이션화하면서 IP를 무한대로 확장할 수도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좋은 IP는 게임 성패의 절반 이상”이라며 “이용자들의 수준이 점차 고도화되며 더 촘촘한 내러티브(서사)를 원하는 게이머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야기 구조를 잘 갖춘 만화나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하는 것이 게임사로서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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