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계기로 평양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과 잇따라 회동하며 달라진 위상을 뽐냈다. 중국 전승절 때 북중러가 천안문 망루에 오른 지 한 달여 만에 북한이 3국 밀착을 자기 안방에서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일 평양에서 리 총리를 접견하고 북중 우호 관계 강화를 논의했다.
리 총리가 “북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전략적 방침”이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위업 실현을 위한 공동 투쟁 속에서 북중 관계의 보다 활력 있는 발전을 추동해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중국 서열 2위인 리 총리의 방북은 중국 총리로서는 16년 만이다.
메드베데프 부의장도 이날 김 위원장과 만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메드베데프 부의장과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의 회담, 연회 참석 등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 2인자이자 집권 정당인 통합러시아당 의장이기도 한 그의 방북이 당대당 교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노동당과 통합러시아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측의 국방력 강화 등을 확고히 지지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밖에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또럼 공산당 서기장과의 회담(9일),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의 통룬 시술리트 총리와의 회담(7일)을 각각 갖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북중러는 9일 저녁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당 창건 80주년 경축 행사에서도 결속을 과시했다. 리 총리가 김 위원장과 가장 먼저 악수하고 주석단에서도 김 위원장의 오른쪽에 자리했다. 김 위원장 왼쪽에는 럼 서기장과 메드베데프 부의장 순으로 착석했다. 경축 대회는 불꽃놀이와 매스게임, 예술 공연 등으로 꾸려졌다.
김 위원장은 경축 행사에서 “오늘도 적수국들의 흉포한 정치 군사적 압력 책동에 초강경으로 맞서나가고 있다”며 “사회주의 역량의 충실한 일원, 자주와 정의의 굳건한 보루로서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날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노동당 창건 행사에 대해 북한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북중러 밀착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무게감 자체가 과거보다 커졌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러 밀착, 북중 관계 복원과 안정화 속에서 북한은 다자 연대를 통해 지정학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며 “외교·군사·경제 등 모든 면에서 공세적으로 국익 관철과 입지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10일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 대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날 전략 대화에서는 동맹 현대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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