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을 비철 금속 세계 1위 기업으로 이끈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별세에 재계를 비롯해 각계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9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 명예회장은 추석인 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최 회장은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임종은 부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아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켰다.
최 회장은 한국 비철금속 산업의 산증인이자 신뢰와 원칙을 바탕으로 반세기 넘게 고려아연을 세계 1위 종합제련기업으로 일군 ‘정도 경영’의 대부로 재계의 존경을 받아왔다. 1941년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그는 정부가 ‘중화학공업 육성 계획’을 발표한 이듬해인 1974년 서른넷의 나이에 고려아연을 창업했다.
고려아연은 창립 당시 구리와 아연·금·은 등을 생산할 제련 기술이나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고인은 처음부터 ‘세계 최고의 제련소’를 목표로 삼고 사업을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어냈다.
그는 자체 기술연구소를 세워 선진 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국내외 생산 시설 확장에 나섰다. 해외 제련소들은 주로 단일 금속만 취급하지만 후발 주자인 고려아연은 한 제련소에서 아연과 연(납), 동(구리) 등 다양한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통합 공정을 개발하는 등 신기술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해 나갔다.
최 명예회장의 헌신 속에 회사 출범 30여 년 만에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글로벌 제련소들을 제치고 세계 제련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세계 각국이 자원 확보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안티모니와 비스무트 같은 전략 광물도 생산하고 있다.
고인의 경영 철학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자’였다. IMF 외환 위기 등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을 실시하지 않으며 38년 연속 무분규와 10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기염을 토했다.
최 명예회장은 국제금융공사(IFC)가 70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제련소 건설 사업을 4500만 달러로 완성하며 세계 제련업계는 물론 금융계마저 감탄하게 했다. 그는 "혁신은 이미 늦은 것이다. 매일 조금씩 발전해야 한다"며 하루 하루의 변화와 기본을 강조했다. 최 명예회장은 고려아연이 창립 40주년을 맞은 2014년 "누구 하나의 성과가 아니라 전 직원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탄탄한 조직력이 곧 고려아연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에 든 재산은 잃을 수 있지만 머리에 든 재산은 잃지 않는다’는 신조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동의 배움을 위한 사회 공헌에도 힘썼다. 그의 공로를 인정해 정부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한편 최 명예회장의 별세에 반기문 전 국제연합(UN) 사무총장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등 정계 주요 인사들이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또 GS(078930)그룹 4세인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이사, 오치훈 대한제강(084010) 회장, 김용민 후성그룹 부회장 등이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최 명예회장 빈소에는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행정·입법부 요인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등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였다. 영결식은 10일 오전 8시에 열리며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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