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IONQ) 주식 보관액이 글로벌 대형 기술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새 주가가 두 배 가까이 폭등하며 테슬라·엔비디아·팔란티어에 이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관액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팅 관련 기업들이 아직 확실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섣부른 추종 매매는 지양하라고 권고했다.
9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아이온큐 주식 보관액은 48억 8890만 달러(약 7조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8억 5636만 달러(약 4조 672억 원) 대비 70% 넘게 증가한 수치로 미국 시가총액 2위와 3위에 해당하는 대형 기술주 MS(37억 6059만 달러)와 애플(46억 6534만 달러) 주식 보관액을 웃돌았다.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폭등하며 보관액이 급증했다. 구글 파이낸스에 따르면 아이온큐 주가는 8일(현지 시간)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80% 넘게 폭등했다.
잇따른 공격적인 인수합병 소식에 주가가 반응했다. 아이온큐는 최근 영국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옥스퍼드 아이오닉스(Oxford Ionics)에 이어 양자 센싱 기업 벡터 아토믹(Vector Atomic)도 인수했다. 아이온큐는 앞서 올 5월과 7월 각 양자 메모리 스타트업 ‘라이트싱크’와 항공우주 기업 ‘카펠라 스페이스’ 등과도 대규모 인수합병을 완료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이온큐가 지금까지 인수합병 건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양자컴퓨팅·네트워킹에 이어 정밀 원자시계, 관성 센서, 동기화 하드웨어 등을 모두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양자 기술 플랫폼’을 완성시켰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거대 기술 기업(빅 테크)과의 협업 기대가 크다는 점도 주가를 밀어 올렸다. 아이온큐는 올해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아마존, 엔비디아 등과 함께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 결과를 공개하며 시장 기대를 키웠다. 양자컴퓨팅이 인공지능·신약 개발·금융 알고리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셈이다.
최근 보관액 급증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테마형 투자 성향’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과거 전기차, 2차전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성장주 랠리에 빠르게 반응했던 경험이 이번에는 양자컴퓨팅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아이온큐와 함께 양자컴퓨팅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고공 행진했다. 리게팅 컴퓨팅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무려 185.35% 급등했으며 디웨이브 퀀텀 주가도 같은 기간 122% 넘게 상승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1개월 동안 4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국내 상장 ETF 중 1위를 차지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양자컴퓨팅 관련 기업들의 최근 주가 폭등 요인으로는 기술 발전 기대감과 막대한 투자금 유입 등이 꼽히는 가운데 특히 개인 투자자 중심의 대규모 콜 옵션(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매수 활동이 수급적인 부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자컴퓨터는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로 아이온큐 역시 확실한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변동성이 투자자들에게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실제 간밤 미국 증시에서는 거품 우려가 심화하며 양자컴퓨팅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 마감했다. 아이온큐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6% 넘게 하락했으며 리게팅 컴퓨팅(-1.51%)과 디웨이브 퀀텀(-4.12%) 주가 역시 부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온큐는 아직 실적보다 기대감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며 “기술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투자자들의 위험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운용 업계 관계자 역시 “애플·MS 같은 안정적인 기술주보다 아이온큐에 더 많은 자금이 몰리는 것은 단기 수익을 노린 성향을 보여준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성과와 실적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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