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 올해까지 바이오 재팬에 세 번째로 참가하는데, 올 때마다 우리나라 기업이 단연 빛나요. 다른 대륙에서 벌어지는 행사에서 한국 기업은 그야말로 ‘원 오브 뎀(One of Them)’이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양하고 열정적인 부분에서 주목을 끄는 것 같아요.”
8일 일본 요코하마시 퍼시피코 요코하마 컨벤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산업 전시회인 ‘바이오 재팬 2025’에 전 세계 주요 업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K바이오의 우수성 알리기에 분주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김인숙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중소기업협력실장은 그 중에서도 한국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연구소는 중소벤처기업부, 경북·충북테크노파크와 함께 국내 바이오 업체들의 파트너링을 돕기 위해 ‘K-스타트업@바이오’ 부스를 차렸고, 9·10일에는 대규모 기업설명회(IR)도 연다. 김 실장은 “현지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VC), 증권사 등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업계 안팎 설명을 종합하면 바이오 재팬은 일본 바이오협회 주최로 1986년 시작된 아시아를 대표하는 제약·바이오 전시회다. 바이오의약품, 재생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건강기능식품 등 바이오산업 전반에 걸친 대규모 전시회, 상담회, 심포지움 등이 열린다. 총 1139개 이상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파트너링을 위한 미팅도 2만4000건 이상 진행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조강연에 나선 고토 테이이치 후지필름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기조강연에서 “미국 내 공장을 지금 인수하거나 증설하지 않으면 더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며 “2028년까지 미국 내 생산시설을 2배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경보제약, 엑셀세라퓨틱스 등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바이오 재팬 2025에 독립적 부스를 차렸다. 서울대 캠퍼스타운 사업단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노폴리스 홍릉 서울도 각각 부스를 차렸다. 셀트리온제약, GC셀, 알지노믹스 등은 부스 없이 파트너링 미팅을 벌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바이오재팬 행사에 처으로 단독 부스를 마련해 적극적 수주 활동에 들어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일본 도쿄에 영업사무소를 마련하고 지난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바이오·제약 종합 컨벤션 ‘인터펙스 위크 도쿄 2025’에 참가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재팬을 통해서는 글로벌 톱 20 제약사 내 점유율을 지속 확대하는 한편 톱 40위권 제약사 대상 신규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역량, 5공장 등 세계 최대 생산능력(78만4000ℓ), 위탁개발(CDO) 플랫폼 등 차별화된 서비스도 부각했다. 회사 관계자는 “부스에는 end-to-end CDMO 서비스 월을 배치해 CDO 단계부터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종합적인 CDMO 서비스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의 두 배 크기로 전시 부스를 만들어 아시아 등 글로벌 고객사 유치를 위한 파트너링 미팅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랜 기간 운영되며 품질 경쟁력을 검증받은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캠퍼스와 2027년 완공 목표로 건설 중에 있으며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송도 바이오캠퍼스의 이중 거점을 운영함으로써 차별화된 위탁개발생산(CDMO) 솔루션을 부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처음으로 참여한 경보제약은 지난해부터 85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ADC CDMO 사업 알리기에 나섰다. 내년 10월경 완공을 목표로 생산시설을 짓고 있는 가운데 10일까지 30건 이상의 미팅을 소화하며 파트너링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태경 경보제약 ADC연구센터장(상무)은 “올해 용인연구소에 파일럿 설비가 완료되고 내년 말에는 아산 본사에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설비가 완성된다”며 “지난 3년간 국내 업체에 주력했다면 올해부터 일본 등 아시아 쪽으로 파트너를 확대하기 위해 바이오 재팬을 찾았다”고 전했다.
K-스타트업@바이오,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 KIST 이노폴리스 홍릉 서울 부스에서는 해외 진출을 노리는 바이오텍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가노이드 분야에서 전 세계 유일한 상장사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이경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공동창업자는 K-스타트업@바이오 부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오가노이드는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한 재생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을 부각해서 협업 파트너를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하루에만 10건 가까운 미팅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스미토모 계열 SPI와 일본 오가노이드 시장 진출을 논의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가노이드 대량생산 플랫폼을 연구하는 라다하임의 이헌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KIST 이노폴리스 홍릉 서울 부스에서 “미 식품의약국(FDA)이 4월 동물 실험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여파로 올해는 관심이 매우 커졌다”며 “이번을 계기로 파트너들과 계속 연락해서 사업을 이어갈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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