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철강 무역 장벽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무관세 수입쿼터(할당량) 물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쿼터 밖 관세를 두 배 올리는 방식이다. EU는 미국 못지않은 규모의 수출 시장이어서 철강 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국 기업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양자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8일 EU의 철강 수입 쿼터 축소 및 관세 인상 방침에 대해 우려를 적극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EU는 기존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은 고려하겠다고 했다”며 “아직 국가별로 구체적인 쿼터 감축량이 정해진 것은 아니어서 양자 협상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이번 주 중 철강 수출 현장을 방문하고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별도 계기를 통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한국 측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EU로 향하는 수출물량이 많은 데다 쿼터 감축 규모 상당해 어느 정도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이 EU에 수출한 철강 제품(MTI코드 61)은 44억 8000만 달러로 전체 철강 수출액의 13.5%에 달했다. 이는 단일 국가 기준 최대 수출국인 미국(43억 5000만 달러)보다 많은 규모였다.
EU가 7일(현지시간)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수입 쿼터 총량은 지난해 설정된 물량보다 약 47% 감소한 1830만톤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쿼터 밖 물량에 적용되는 관세는 25%에서 50%로 크게 상승한다. 아울러 모든 수입 철강재에 조강국 증빙 의무가 새로 부여된다. 이같은 조치는 EU 내 입법절차와 회원국 투표를 거쳐 늦어도 2026년 6월 말께 적용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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