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추석 연휴 직전 외국인의 폭풍 매수에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뚫었지만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어 1410원에 근접해 마감했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관련 불확실성과 서학개미로 불리는 내국인의 미국 증시 투자 등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1400원 부근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407.0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전날 장 주간 거래(9시~오후 3시 반) 종가 1400원 보다 7원 올랐다.
최근 평균 환율은 1400원을 넘겨 거래되고 있다. 지난주 평균환율은 1403.33원으로 지난 5월 12∼16일(주간 평균 환율 1405.86 원) 이후 약 넉 달 반 만에 1400원대로 복귀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매수로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환율도 하락(원화 가치 상승)해야 하지만 반대 흐름을 보인 것이다.
환율이 오른 것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관련 협상에 큰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정부 당국자의 환율 협상 관련 발언에도 통화 스와프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 부각되자 원화 가치가 하락 압력을 받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 속에 미 연방정부가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불확실성이 고조된 영향도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사랑이 여전한 점도 주요 요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주식, 채권 등 증권 보관금액은 2193억 900만달러로 전월 말 보다 10%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6% 증가해 1547억 7100만 달러에 이른다. 실제로 S&P500지수는 지난달 3.5% 가량 올랐고 다우존스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미국 달러로 환전해야 해 이 과정에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1400원 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에는 환율 상단이 1400원 이었는데 이제는 하단이 1400원이 될 정도로 상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투자협상 관련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부정적 언급 나올 경우 환율 상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관세 협상이 이달 말 긍정적으로 타결될 것이라는 일부 전망에 환율이 1400원선을 하회할 수 있지만 우리 측 입장 반영 여부에 따라 협상 관련 불확실성은 연말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화의 향방도 원화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베노믹스'를 지지해온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지난 주말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차기 총리 취임이 유력해지자 6일 일본 증시가 급등하고 엔화 가치는 하락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면서 급락한 것이다. 6일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 가량 오른 150.2엔 선을 터치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150엔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8월 이후 약 2개월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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