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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귀환…‘제로섬 쇼핑 관광’ 탈피해야 [기자의 눈]


“크루즈가 들어오자마자 명동 본점이 꽉 찼어요. 몇 년 만에 이런 광경을 보는지….”.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 시행 첫날인 지난달 29일. 중국 선사의 크루즈 관광객과 승무원 등 2700여명이 인천항으로 입국했다. 이들은 곧바로 서울 시내 면세점으로 이동해 쇼핑에 나섰다. 이들을 응대하는 면세점 직원들은 설렌 표정을 지었다.

내년 6월 말까지 한시 시행되는 유커 무비자 입국 정책에 국내 관광·유통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다. 한 편의점은 단체 관광객이 K팝 앨범,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등을 ‘싹쓸이’해가며 무비자 입국 첫날 매출이 100% 넘게 뛰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제로섬 쇼핑 관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국내 면세점과 유통업계의 매출은 증가하지만, 상당 금액이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 리베이트나 여행사 수수료 형태로 빠져나가는 ‘제로섬’ 구조가 될 가능성 때문이다. 과거에도 국내 면세점들이 유커를 유치하기 위해 다이궁 리베이트 등을 경쟁적으로 인상하며 ‘제살깎기’를 한 적이 있다.

현재 유커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광·소비 트렌드는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단체버스 대신 개별 자유여행(FIT)을 선호하고 명품 쇼핑보다 K컬처와 현지 문화 체험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서울의 주요 명소보다 부산 해운대, 전주 한옥마을 등 지방 관광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등 한국 문화를 찾아 즐기는 ‘K라이프 관광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비자 정책으로 중국인 관광객 수를 늘리는 단계를 넘어 이들이 다양한 K라이프를 체험하도록 질적으로도 인프라 및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지방의 숙박 및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중국인 관광객 전담여행사에 대한 관리 및 모니터링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불법 체류 문제를 차단하도록 출입국 관리 시스템 역시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결국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즐거운 경험을 안고 재방문하는 ‘N차 관광’에 나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제로섬 쇼핑 관광’이라는 덫에 빠지지 않고 유커의 귀환을 한국 관광 산업의 체질을 바꿀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 유커의 손에 쇼핑백만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K컬처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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