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에 프린터는 계륵과 같다. 많은 이들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기깃값과 잉크값이 부담돼 집 안에 프린터를 사놓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인쇄가 필요할 때면 번거로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프린터를 찾아 온 동네를 뒤져야 했다. 대학가 인근에 사는 자취생은 집 안에 굴러다니는 동전을 가지고 문화사를 찾아야 했다. 가까운 거리에 문화사가 없다면 할 수 없이 PC방을 찾아 인쇄 비용과 1시간 이용권을 함께 내야 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등장한 곳이 유피소프트다. 유피소프트는 무인 프린트 프랜차이즈 프린트카페 운영사로 유명하다. 프린트카페가 내세운 무기는 편의성이다. 국내 최초 무인 프린트 서비스를 출시하며 70원짜리 흑백 인쇄 1장도 카드로 결제 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인쇄할 때마다 불편을 겪던 2030세대는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에 열광했다. 2020년 첫 매장 문을 연 프린트카페는 현재 전국 294개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프린트카페 사업에 돛을 단 유피소프트는 이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범용 프린트 제어 솔루션에 hp '호평'
이현우 유피소프트 대표는 1일 서울 성동구 유피소프트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기존 유피소프트는 단순히 무인 매장 운영에 필요한 최소 기술만 가졌다”며 “이제는 제조사에 상관없이 모든 프린터에 탑재하는 무인 프린트 범용 솔루션을 확보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언급한 범용 솔루션은 올해 8월 출시된 유피 프린팅 키오스크다. 유피 프린팅 키오스크란 식당에 설치된 키오스크처럼 터치스크린 조작으로 복합기의 인쇄, 복사, 스캔, 팩스 기능 등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다. 지금까지 모든 무인 프린트 매장 운영사는 프린터 제조사가 제공한 키오스크 솔루션을 써야 했다. 프린터 하드웨어와 키오스크 소프트웨어 간 호환이 맞아야 무인 프린트 운영이 가능하다는 제약이 존재했다. 이러한 여건 때문에 제조사가 해당 소프트웨어 공급을 중단하면 무인 프린트 매장 사업 자체가 멈출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사업의 핵심 기술을 언제까지 남에게 맡길 수는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에 돌입했다. 올해 8월 정식 출시한 유피 프린팅 키오스크는 프린트 제조사에 상관없이 기기에 설치할 수 있으며 직관적인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인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게 특징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범용 프린트 제어 솔루션이기도 하다. 유피소프트는 프린트카페 매장에 유피 프린팅 키오스크를 순차적으로 설치하는 중이다.
유피소프트가 만든 이 기술은 글로벌 프린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hp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hp코리아는 유피 프린팅 키오스크 개발 소식을 듣고 이 대표에게 기술 소개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8월 hp 글로벌 사장단의 방한 일정에 맞춰 이들 앞에서 유피 프린팅 키오스크를 시연했다. hp 사장단은 유피소프트의 새로운 기술을 보고 “흥미롭다(Interesting)”며 감탄사를 내뱉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기술 시연 후 hp 측에서 ‘글로벌 시장을 함께 공략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hp 입장에서도 hp 프린터에 최적화된 무인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커지는 무인 시장을 선점하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피소프트 역시 hp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신기술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대표는 “hp가 매년 파트너사를 모아 글로벌 콘퍼런스를 여는데 내년 행사에서 유피 프린팅 키오스크를 소개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며 “내년 상반기 중 hp와 구체적인 협업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무인 프린트 매장 '대박'
지금은 프린트카페라는 이름이 더 유명하지만 유피소프트가 처음부터 무인 매장 사업에 집중했던 것은 아니다. 유피소프트의 전신은 2006년 잉크와오피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회사다. 겉보기에 잉크와오피스 사업은 순항했지만 이 대표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는 “프린터 렌트 사업의 수익성이 좋다는 소문이 퍼져 한때 경쟁 업체가 2만 5000여 개까지 늘었다”며 “사업 진입장벽이 낮고 업체 간 출혈경쟁이 벌어져 업종을 바꾸는 결단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2015년 유피소프트로 법인을 전환한 후 2017년부터 무인 프린트 시장을 타진했다. 초창기엔 대학교 캠퍼스 내 무인 복사기를 설치하고 카드 결제 단말기를 연결했다. 처음으로 별도 매장을 연 시점은 2019년 2월. 서울 길음동 재개발 구역 내 25㎡(약 8평) 면적의 상가 공실이었다. 권리금 없이 월세 150만 원만 내면 된다는 말에 이 대표는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무인 프린트 매장을 차렸다.
기세 좋게 매장 안에 컴퓨터와 프린터 3대씩 설치했으나 찾아오는 발걸음이 없었다. 당시 국내에 무인 프린트 매장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때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는커녕 어떤 서비스가 이뤄지는 곳인지 알리기 어려웠다. 이 대표는 매장 안에 인형뽑기 기계를 들여 고객을 유인했다. 첫 달 20만 원이었던 월 매출은 6개월 후 260만 원으로 불어났다. 이 대표는 같은 해 10월 인근 상가로 자리를 옮겨 정식 매장을 열었다. 프린트카페 1호점이다. 5년이 지나 프린트카페는 연 이용자 수 830만 명에 연간 브랜드 매출 200억 원을 기록하는 전국구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프린트카페의 성공 후 사업 콘셉트를 유사하게 좇는 브랜드도 나타났다. 이들과 차별화 지점을 묻자 이 대표는 “유피소프트는 진정한 무인 시스템을 구현한다”고 답했다. 유피소프트는 유피 클라우드라는 이름의 프린트카페 관제 시스템을 2020년부터 도입했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해 원격으로 매장 내 컴퓨터, 프린터, 결제 단말기 등을 제어할 수 있다. 가맹점주는 스마트폰만 들고 있으면 어디서나 매장 내 기기를 제어하고 실시간 매출을 확인한다. 인터뷰 도중 이 대표는 직접 부산의 한 프린트카페 매장 내 특정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실시간으로 장비 점검 안내 화면을 띄우고 없애는 기능을 시연했다. 이 대표는 “무인 사업의 본질은 현장에 사람이 없어도 사람이 할 일을 기술로 대체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들에 다양한 경험 주고파"
유피소프트의 다음 목표는 프린트카페에 인쇄 외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유피 포토라는 클라우드 기반 사진 인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무인 프린트 매장이 문서 출력 기능만 제공한다면 유피 포토는 사진 인화까지 서비스 범주를 확장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고객이 해외여행 중 찍은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려 한국의 지인이 여행 사진을 그 사진을 인화해 받는 등 공간을 뛰어넘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더해 패션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처럼 카페 혹은 전시와 결합된 콘셉트의 공간도 고려하는 중”이라며 “유피소프트는 고객에게 특별한 시간과 경험을 선물하는 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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