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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화이트아웃' 고위험…재생에너지 절반은 지방서 소비해야" [미래컨퍼런스 2025]

[주제강연: 문승일 한국에너지공과대 연구원장]

태양광발전설비 급속도로 늘어

일일 전력수급 '덕커브' 일상화

재생에너지 보급 피할수 없지만

원전 등 감발 조치 상시화 우려

최소 2년내 분산전력망 개발해야

가락수산시장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 패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발전소 보급에만 집중하다 보면 전력망 ‘화이트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블랙아웃이 전력 초과 수요 상태에서 발생하는 사고라면 화이트아웃은 공급량이 수요량을 과도하게 넘어설 때 발생한다. 전력망은 항상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하는데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소 비중이 늘어날수록 이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고속도로와 같은 전력망 확충 계획을 앞당기는 것은 물론 전력 생산지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문승일 한국에너지공과대 연구원장은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5’에서 곧 찾아올 추석 연휴와 같이 전력 수요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시기에 화이트아웃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더위가 사라져 냉난방 수요가 없어진 상황에서 연휴가 일주일 가까이 지속되면 산업 전력 수요도 바닥을 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양광발전소는 봄·가을철 한낮 온도인 20~24도에서 발전 효율이 가장 높다.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넘치는데 정작 전기를 쓸 곳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이 같은 환경에서 수급 관리에 실패해 전력 공급이 수요를 장시간 초과하면 전력망이 무너지게 된다.

문 원장은 올해 4월에 발생한 스페인 대정전이 전형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태양광발전 효율이 정점을 찍은 봄철 평일 전력망 균형이 무너지면서 이상 현상이 발생하자 인근 발전소들이 연쇄적으로 전력망에서 탈락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문 원장은 “유럽은 국가 간 전력망이 서로 연결돼 있어 문제가 생겨도 빠른 복구가 가능하다”며 “한국의 전력망은 중국·일본·러시아·북한과 연결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한번 무너지면 복구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승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연구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5’에서 '다시 짜는 에너지믹스-K그리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 같은 리스크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설비용량 비중이 높아질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태양광 설비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일일 전력수급 그래프가 ‘덕커브(Duck curve)’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덕커브는 태양광발전소의 전력 생산이 주간에 집중되는 탓에 일일 전력 수요량이 가장 많은 한낮에 오히려 비태양광발전소의 전력생산량은 푹 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 이날 정오 기준 한국은 실시간 총 전력수요 7만 4132㎿의 31.1%인 2만 3035㎿를 태양광발전으로 충당했다. 남은 5만 1097㎿는 원전, 석탄발전소,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으로 충당했다.



하루 중 전력 수요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는 새벽 4시의 경우 총 전력 수요는 5만 4934㎿였다. 다만 이때는 태양광발전소가 전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수요 전량을 원전·석탄발전소·LNG발전소 등이 생산했다. 이들 발전소는 일일 최고 수요 시간대보다 일일 최저 수요 시간대에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낸 셈이다. 당국은 상대적으로 발전량 변동이 용이한 LNG발전소를 껐다, 켰다 하면서 이 같은 수요 변동에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LNG 발전소 몇 개를 껐다 켜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에서 수립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년 20.8%였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은 2038년 45.5%로 2.2배 가까이 증가한다. 설비 비중이 늘어난 만큼 태양광발전소 전력생산량의 일교차도 커지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LNG발전소는 물론 기저전원으로 꾸준히 가동 중인 석탄·원자력발전소까지 하루 단위로 출력 제어하는 일이 일상이 될 수 있다.

문 원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망 확충을 서두르는 것은 물론이고 재생에너지 발생량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비중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계획된 재생에너지 발전소 보급 속도를 고려하면 전력생산량의 절반 이상은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재생에너지 발전소 보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원장은 지역에서 생산한 분산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자가 소비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그는 “최소 2년 내 분산전력망을 개발한 뒤 실증까지 마쳐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도 달성하고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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