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시 필요한 개인통관고유부호의 도용신고 건수가 올 들어 전년보다 3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기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실효성 있는 도용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신고 건수는 총 5만 373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만 6901건 대비 3,2배 가량 폭증한 수치다. 지난해 한 해 전체 신고 건수(2만 4740건)보다도 두 배 이상 늘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해외 직구시 수입 통관 절차에서 신고자(수입자)를 식별하는 부호다. 해외직구를 할 때 상점 또는 배송업체 쪽에서 입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입력하지 않으면 통관이 지연될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 대신 사용할 수 있어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많이 이용된다.
문제는 개인통관고유부호가 도용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번호가 도용되면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명의로 해외 주문이 이뤄질 수 있고 나아가 금융사기 피해까지 볼 수 있다.
정부의 대응도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무 부처인 관세청은 해외직구 악용범죄 유형을 별도로 구분해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통관고유번호 도용 관련 범죄 사실을 별도 수작업으로 확인해 자료를 취합해왔다.
이 때문에 관세청이 파악한 명의도용 해외직구 악용사범 단속 실적은 극히 낮다. 차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6건(17억 원) △2021년 10건(64억 원) △2022년 34건(178억 원) △2023년 16건(78억 원) △2024년 17건(278억 원) △2025년 8월 현재까지 11건(56억 원)에 불과하다.
차규근 의원은 “올해 9월까지 도용 신고 건수만 5만 건이 넘는 상황에서 실제 해외직구 악용 범죄로 집계된 사건이 11건에 불과하다는 점은 도용 범죄 관리 체계의 심각한 부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관세청도 그 동안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관련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지난해 8월 도용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이름과 전화번호가 모두 일치해야만 통관을 허용하는 검증 강화 조치를 도입했다. 내년부터는 개인통관고유부호를 1년 마다 매년 갱신해야 한다. 다만 이 같은 대책으로는 현재 발생하는 피해를 막을 수 없으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 의원은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불법거래·금융사기 등 2차 범죄로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해외직구 악용범죄 유형조차 구분해 관리하지 못하는 현 체계로는 피해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며 관세청은 즉각적으로 실효성있는 대책과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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