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 인도법인(LGEIL)이 연내 인도 뭄바이 증권 시장 입성을 예약했다. 미국의 관세정책 등에 영향을 받은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 때문에 회사가 상장 작업을 중단한 지 6개월 만에 인도 증시 상장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LG전자는 인도 진출 28년 만에 상장사로 도약해 인도 국민 가전 기업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는 한편 약 2조 원의 조달 자금을 미래 신사업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LG전자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인도법인 지분 15%를 매각하는 계획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LG전자는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최종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LG전자가 증권신고서를 접수하면 10월 내에 인도 증시에 상장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 증시 상장은 증권신고서를 접수하면 공모와 관련된 수요 조사 등이 함께 진행된다. 최종 승인까지는 통상 3주가량 걸린다. LG전자는 SEBI의 일정에 맞춰 최종 승인 여부와 공모가 범위, 처분 예정일자 등을 공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상장예비심사서류를 제출했고 올 3월 SEBI에서 상장 예비승인을 받았다. 이에 발맞춰 올 상반기 인도 증시에 상장하려고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호관세와 품목 관세를 부과하면서 인도 증시를 포함한 주요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LG전자는 기업가치를 최대한 보장 받기 위해 4월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했고 이날 다시 상장에 나선다고 알렸다.
LG전자의 인도법인 상장은 신주 발행 없이 지분 15%(1억 181만 5859주)를 구주 매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분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은 금융 비용 없이 100% 본사로 유입될 예정이다. 업계는 LG전자가 인도 증시 상장을 통해 1150억 루피, 한화로 약 1조 8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도 증시 상장 자금은 올 상반기 기준 LG전자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1조 100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LG전자의 주식이 인도 증시에서 거래되면 현지 ‘국민 가전 기업’으로 입지는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1997년 약 3117억 원을 투자해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28년간 끊임없이 인도 국민들이 원하는 가전 제품을 생산하면서 냉장고와 세탁기·에어컨·TV 등에서 현지 판매 1위에 올라 사실상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LG전자는 상반기에만 인도 시장에서 매출 2조 2829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반기 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2021년 매출(2조 6255억 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한 것이다.
냉장고(40%)와 세탁기(20%), 에어컨(10%) 보급률이 낮은 인도는 연간 6% 이상의 경제 성장률과 맞물려 가전 수요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내년 말 인도의 3번째 공장인 스리시티 가전공장이 가동되면 LG전자는 공급을 확대해 인도 매출이 더 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G전자는 인도 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미래 먹거리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 로봇, 플랫폼 기반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2030 미래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업계는 LG전자가 인도 증시 상장으로 유입된 자금을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차량용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냉난방공조(HVAC), AI 솔루션 사업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증시에 상장된 인도법인의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오르면 85%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 LG전자의 주식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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