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ETF는 출시 11개월 만에 전체 ETF 시장에서 금에 육박하는 비중까지 올라섰습니다.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되면 가상자산 ETF 시장은 더욱 빠르게 커질 것입니다.”
최원민 블랙록 아이셰어즈 ETF 한국세일즈 이사는 29일 열린 ‘코리아 캐피탈 마켓 컨퍼런스(KCMC)’에서 “미국 시장 전체 ETF 규모가 약 1.7경원에 이르는데 이 중 가상 자산 ETF 비중이 약 1.5%, 금 ETF는 2%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외 자산운용·지수사업·거래소 관계자들은 이날 한국거래소가 개최한 KCMC에 참석해 가상자산 ETF가 향후 상장지수상품(ETP) 시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상무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 상장 이후 이더리움·스테이킹 결합형 ETF까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며 “한국도 가상자산 ETF가 플랫폼 혁신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 이사는 “현재 글로벌 크립토 ETF 규모는 원화 기준 110조 원을 넘어섰다”며 “특히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디지털 자산은 과거에는 미국 401k(퇴직연금)에서 담을 수 없었지만, 최근 행정명령 서명을 계기로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산 가격 상승만을 기대하면서 비트코인 ETF를 낸 것은 아니다”라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디지털 자산이 기존 주식·채권과 달리 포트폴리오 분산투자 효과를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ETF가 마주한 과제들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가상자산 ETF 상장은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의 코인 매매를 넘어선 전혀 다른 차원의 개념”이라며 “발행사 입장에서 투자자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정확히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단순히 비트코인 ETF 하나에 그치지 않고 향후 토큰화된 자산, 스테이킹 결합형 상품까지 등장할 수 있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법·세제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ETF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부문 상무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국내 주식 ETF 투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현재 세제 구조 탓에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를 해외 직구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장기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시장 체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범석 S&P다우존스 한국대표는 “한국 ETF 시장은 짧은 역사에도 거래소의 빠른 심사·제도 개선, 운용사들의 적극적 상품 개발 덕분에 세계 선두권”이라며 “다만 규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유권해석에 의존하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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