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의 키이엔지니어링 인수가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투자 선순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파라투스의 투자를 받았던 포트폴리오 기업이 성장해 이번에는 파라투스의 전략적 투자자(SI)이자 핵심 출자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파라투스는 이달 초 키이엔지니어링 지분 92.5%를 매입했다. 총 투자 규모는 약 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키이엔지니어링은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기용매를 회수하는 설비를 전문적으로 개발, 생산하는 업체다.
파라투스는 경영권 투자에서 SI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자주 활용해왔다. 키이엔지니어링 인수에는 코스닥 상장사 겸 정밀화학 기업인 아이티켐과 협업했다. 아이티켐은 키이엔지니어링 인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에 70억 원을 출자하며 SPC 지분 35%를 취득했다. 파라투스에 이어 2대 주주 격으로 투자에 깊숙이 참여했다.
아이티켐은 파라투스가 2020년 55억 원을 투자했던 기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5년 넘게 인연을 맺고 있는 포트폴리오 기업이 파라투스의 신규 투자에서 주요 출자자로 나선 것이다. 파라투스는 꾸준히 아아티켐의 구주를 유동화했는데 여전히 일부 지분을 보유 중인 투자자다. 현재까지 내부수익률(IRR) 3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여러 투자자 지원 속에서 아이티켐은 지난달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4000억 원 수준이다. 2020년 투자유치 당시 아이티켐 기업가치는 470억 원 정도였는데 5년 만에 9배에 육박하는 기업가치 성장이 이뤄졌다.
이제 아이티켐의 지위는 투자처에서 투자 파트너로 격상되면서 키이엔지니어링 경영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이티켐은 키이엔지니어링에 대한 우선매수권과 동반매도청구권(태그얼롱) 등을 확보했다. 파라투스로서는 화학사 경영 노하우와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 방안을 확보했고, 키이엔지니어링은 추후 신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마련했다.
IB업계에서는 PEF 투자로 중소기업이 어엿한 상장사로 성장했고, 피투자 기업이 투자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순환 사례로 평가한다. 얼마 전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는 SBVA가 결성 중인 1500억 원대 펀드에 쿠팡이 출자금 750억 원을 제공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 과거 소프트뱅크에 조 단위 투자금을 유치했던 쿠팡이 펀드 출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PEF 투자에 대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지만, PEF가 국내 산업 성장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며 “PEF의 피투자처였던 기업이 출자자 겸 투자 파트너로 올라선 보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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