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을 수놓는 불꽃은 무료지만, 명당을 차지하려면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기묘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스타벅스 좌석부터 아파트 베란다, 호텔 숙박권까지 '웃돈 거래'가 이어지면서다. 전문가들은 희소성과 과시적 경험에 집착하는 소비 심리가 이런 현상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는 27일 열리는 ‘2025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스타벅스 여의도한강공원점은 22일 진행한 한정 좌석 예약에서 1시간 만에 전석 매진됐다. 2인 기준 10만~20만원이던 좌석은 이후 중고거래 플랫폼에 30만원짜리 웃돈이 붙은 채 등장했다.
아파트 거실·베란다도 거래 대상이다. “30분 40만원” “55만원에 베란다 공유”라는 글이 이어졌고, 불꽃 명당을 대신 맡아주겠다며 20만원을 요구하는 대행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호텔 숙박권과 주차권 거래도 잇따른다.
기업마저 불꽃 명당을 복지에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같은 날 임직원과 가족 250여명을 여의도 LG트윈타워로 초청해 축제를 관람하도록 했다. 2000여명이 신청해 25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건물 관리 인력과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안전 관리도 강화했다.
한화가 2000년부터 공익 차원에서 이어온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는 가을 대표 축제다. 올해는 ‘Light Up Together(함께하는 빛, 하나가 되다)’를 주제로 진행되며, 주최 측은 안전 인력만 3700여명을 투입했다. 직접적 경제효과도 2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료 축제가 웃돈 시장으로 변질되는 배경에는 소비 심리 변화가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돈만으로는 쉽게 살 수 없는 경험, 희소한 가치를 소비하려는 욕구가 커졌다”며 “특히 SNS 확산으로 남들이 못 하는 특별한 경험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또 “오늘날은 시간과 돈뿐 아니라 관심도 중요한 자원이다 보니, 독특한 경험을 해야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며 “희소성과 차별성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 속에서 불꽃축제 등 이벤트를 향한 소비는 더욱 과열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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