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에서 관세 불확실성이 최대 변수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둘러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간 인식 차이도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연준 장악을 시도하는 가운데 현 정부 지명 인사들과 나머지 위원 간 통화정책 방향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금리 경로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 시간) FOMC 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하고 전날 취임한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가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에 홀로 투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FOMC 회의 직전까지 “빅컷이 있을 것”이라고 연준을 압박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임명권자의 의중에 충실한 선택을 한 셈이다. 마이런 이사를 제외한 11명의 투표권자들은 모두 0.25%포인트 인하에 투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설계자’로 알려진 마이런 이사는 4일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 때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자리를 겸직한 채 연준 직위를 유지하겠다고 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앞서 7월 30일 FOMC 회의에서도 미셸 보먼 부의장,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두 사람만 금리 동결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 뒷말이 나왔다. 9월 FOMC 회의에는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임을 통보받았던 리사 쿡 연준 이사도 법원 승소 판결로 금리 표결에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장기 금리 전망을 두고도 의견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해 분기마다 발표하는 표)에 따르면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전체 19명 가운데 12명에 그쳤다. 6월 13명에서 1명이 줄어들었다. 연말 기준금리가 현 수준과 같을 것으로 본 위원이 6명에 달했고 0.25%포인트 인상될 것이라고 본 위원도 1명 있었다.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 가운데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2명, 0.50%포인트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이는 9명이었다. 연말 2.75%∼3.00%의 금리를 예상해 앞으로 추가로 1.25%포인트나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 위원도 1명 있었다.
내년 말 금리 전망 분포도 2.75∼3.75%로 넓게 분산됐다. 내년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3.4%로 올해 말보다 겨우 0.2%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위원들은 연준이 내년에 한 번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0.5%포인트 인하에 대해 폭넓은 지지가 없었다”며 “지난 5년간 매우 큰 폭의 금리 인상과 인하를 단행한 적은 있지만 이는 정책 방향이 잘못돼 신속한 전환이 필요할 때였고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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