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투명 디스플레이 탑재 스마트글라스를 처음으로 내놓았다. 인공지능(AI)과 근전도(EMG) 밴드, 투명 패널을 활용해 ‘메타버스’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10년간 적자를 감수하면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투자를 이어온 메타가 결국 차세대 모바일 기기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현지 시간) 메타는 미 캘리포니아주 본사에서 ‘메타 커넥트 2025’를 열고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등 신형 스마트글라스를 공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안경은 개인화 초지능 구현을 위한 이상적인 기기”라며 “역대 가장 인기 있던 소비자 가전제품들과 유사한 판매량을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한쪽 렌즈에 화면 출력이 가능해 음성 인식 및 소리 출력만 가능하던 전 세대 스마트글라스에 비해 사용성이 크게 개선됐다. 화면을 통해 메신저·영상통화 등이 가능하다. 지도를 띄워 길찾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확대·축소한 카메라 화면도 보여줘 원하는 촬영 구도를 잡기도 쉽다. 또 음성으로만 설명하던 메타 AI가 제시하는 ‘시각 자료’를 볼 수 있고 실시간 번역 기능으로 자막을 더해주기도 한다.
한 묶음으로 내놓은 손목 밴드는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해 손목 회전과 손가락 제스처만으로 기기 조작을 가능하게 한다. 이날 저커버그는 허공에 펜을 쥔 듯한 손짓만으로 글씨를 써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는 모습을 시연했다.
테크계는 2016년부터 VR·AR 시장에 진출한 메타가 드디어 ‘게임체인저’가 될 만한 기기를 내놓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불편한 헤드셋형이나 음성만 지원하던 ‘오디오글라스’를 넘어 일상생활을 함께할 만한 ‘AI 글라스’가 등장한 것이다. 스마트폰 수준인 799달러라는 가격도 접근성을 높인다. 700억 달러(약 97조 원)에 달하는 적자 누적으로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메타 리얼리티 랩스가 ‘돈값’을 하게 됐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아직까지는 지원하는 앱이 제한적인 데다 미국에서만 출시되고 AI 완성도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실제 이날 AI 시연 와중에도 기술적 문제가 이어졌다. ‘한국식 스테이크 소스’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요구를 AI가 인식하지 못했고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행사장 와이파이 연결 등을 탓했으나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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