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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또 관세 리스크…美, 25%만 때려도 피해액 年 5조 '훌쩍'

[트럼프, 車보다 높게 책정 시사]

상반기 美 수출액 76억弗 기록

대만 통한 재수출은 3배 더 많아

고율관세 땐 韓 반도체 치명상

삼성 DS 영업이익률 2.9% 그쳐

대미 투자 계획 재조정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에 자동차(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의 관세 폭탄이 떨어지면 메모리반도체 불황을 견디고 지난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에 실제 관세를 부과하면 수출 성장에 의존해 올해 1.0% 성장률을 기대하는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영국 국빈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자동차 관세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난 아무것도 타협하지 않았다”며 반도체와 의약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등의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무역 합의를 타결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수년간 아무 관세도 내지 않았지만 이제 15%를 내고 있다”며 “반도체와 의약품은 수익률이 자동차보다 높으니 더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자리에서 반도체 품목관세율은 100%, 의약품은 150~250%로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반도체에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건설 중이라면 아직 대규모 고용이나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도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증시부터 충격을 받았다. SK하이닉스(-4.17%)와 삼성전자(-1.51%)가 이날 코스피에서 각각 12거래일·8거래일 만에 주가가 하락했다. 반도체 대형주가 뒷걸음질을 치자 연일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던 코스피(-1.05%)도 12거래일 만에 하락하며 랠리가 중단됐다.



시장과 업계는 미국 수출용 반도체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반도체(MTI 3단위 기준) 수출액은 1031억 달러(약 142조 3500억 원)에 달하며 최대 수출 품목이다. 2위 수출품인 자동차(477억 달러)보다 수출 규모가 3배가량 크다. 전체 반도체 수출액 중 미국은 상반기 기준 76억 달러(약 10조 5000억 원)로 7.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 해 150억 달러의 반도체가 미국으로 수출된다고 할 때 자동차 수준의 관세(25%)만 맞아도 37억 5000만 달러(약 5조 17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3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앞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마중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업계는 관세 폭탄에 따른 실제 파장은 예상보다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물량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가 있는 대만을 통해 미국으로 가는 물량이 더 많아서다. 상반기 기준 대만으로 수출된 반도체는 미국의 3배인 212억 달러(약 29조 2600억 원)에 달한다. 대부분 후공정을 통해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물량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뿐 아니라 대만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 기업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특히 관세 폭탄이 최근 메모리반도체 업황 호조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삼성전자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3년까지 이어진 반도체 불황을 버티고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플러스(+)로 전환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경쟁 심화와 막대한 투자로 올 상반기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률은 2.9%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수출품에 최소 25%의 관세를 맞으면 다시 적자의 늪에 빠질 수 있다. 40%대 영업이익률을 이어가는 SK하이닉스도 자동차 이상의 관세를 맞으면 큰 폭의 이익 훼손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관세 폭탄이 미국에 투자 축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대외 전략에 호응해 370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어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을 만들고 있다. 관세 폭탄으로 실적이 악화하면 미국 투자 계획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부과되면 충격을 피할 방법은 없다”면서 “현재 정부 차원에서 (미국에) 대응하고 있고 기업들도 관세로 인한 어려움과 관련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반도체·의약품 관세는 車 25%보다 높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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