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종양 조직을 활용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제시됐다. 표적치료제가 없어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해야 했던 환자들에게 맞춤형 면역치료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문형곤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허유정 서울대 암생물학 협동과정 박사, 전상용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최정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환자 암세포에서 도출한 자가종양유래물질(TdL)을 투여했을 때 종양 성장 억제와 전이 감소 효과를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암세포 돌연변이로만 생성되는 특이 단백질 조각인 신항원을 나노입자(LNP)에 담아 전달했을 때도 종양 성장이 유의하게 줄어드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신항원이 포함된 TdL을 투여해 종양 항원 정보를 면역계에 전달하는 방안을 실험했다. 그 결과 면역세포가 종양 내부로 더 많이 침투했고, 특히 종양을 공격하는 T세포가 활성화되며 종양의 성장 속도가 늦춰졌다. 우선 특히 TdL을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사용했을 경우 단독 투여보다 항암 효과가 크게 강화됐다. 이는 기존 면역항암제가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신항원을 LNP에 담아 전달했을 때도 종양 크기가 유의미하게 줄었다. 다만 가장 강력한 억제 효과는 여전히 TdL을 투여한 그룹에서 나타났다.
실험 과정에서는 면역세포가 종양 내부로 더 많이 침투했고, 특히 종양을 공격하는 CD8⁺ T세포가 활성화됐다. 반대로 종양 성장을 돕는 억제성 면역세포는 줄어드는 등 종양 미세환경이 항암 면역에 유리하게 바뀐 것도 확인됐다. 단순히 종양 크기 축소에 그치지 않고 면역체계를 전반적으로 암 억제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15%를 차지하지만 호르몬수용체와 HER2 단백질이 없어 호르몬 치료제나 표적치료제를 쓸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재발과 전이가 흔해 환자 예후가 나쁜 대표적 난치암으로 꼽힌다. 특히 젊은 여성 환자에게도 비교적 많이 발생해 환자와 가족에게 미치는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법 개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삼중음성유방암 같은 난치성 암에서 새로운 면역치료 대안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대장암·폐암 등 다른 고형암에도 적용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문형곤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자신의 암조직을 활용해 면역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다면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재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질병중심 중개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오플라시아 최근호에 게재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