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아복 시장에서 ‘공주룩’ 경쟁이 뜨겁다. 아동 성장 과정에서 4~7세를 이른바 ‘프린세스 시기’라 부르는데,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고정 수요로 자리 잡았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 문화에 익숙한 MZ세대 부모들이 모녀 커플룩을 선호하면서 세분화된 공주룩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여아 브랜드 ‘로엠걸즈’는 올해 봄·여름 시즌부터 여아 라이프스타일을 세 가지로 나눴다. 등원·하원용 ‘데일리 공주’, 엄마와 함께 입는 ‘미니미 공주’, 생일·결혼식·콩쿨 등 특별한 날을 위한 ‘스페셜 공주’다. 이 전략은 지난 7~8월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16% 끌어올렸다.
이 중 성장세를 주도한 건 ‘미니미 공주’였다. 샤·레이스 디테일, 회전 시 퍼지는 실루엣, 리본 자수 데님 등 성인 트렌드를 아동복에 녹여낸 스타일이 주력이다. 원피스와 데님 카테고리 매출은 2분기 기준 각각 40%, 55% 증가했다. 모녀가 함께 즐기는 공주룩이 MZ세대 엄마들의 공감을 얻은 셈이다.
‘스페셜 공주’ 아이템은 레이스·시퀸·튈 소재를 활용한 드레스와 발레슈즈, 퍼 머플러 등 판타지 요소를 극대화했다. 주로 생일파티, 가족 기념일, 콩쿨 등 이벤트용으로 쓰이며,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구매 비중이 높다. 소재와 핏을 직접 확인하려는 수요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출산율 감소와 대비되는 시장 성장세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유아동복 시장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봄 시즌 전체 패션 시장은 약 8% 역신장했지만 유아동복 시장은 30%가량 성장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29CM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아용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29CM 관계자는 “유아동복 시장 성장은 밀레니얼 부모들의 취향 소비가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주룩’은 아이들의 일시적 취향을 넘어 MZ세대 부모들의 소비 성향을 보여주는 새로운 세대 문화로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