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연 15%대 대출금리로는 서민들이 살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금융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의 기본 원칙상 신용도가 낮아 연체 위험이 큰 차주에게는 높은 금리를 부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신용자의 금리를 높여 저신용자의 금리를 낮추자는 제안은 사실상 부유세에 가깝고 시장 원리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이 같은 방식이 현실화되면 시장 원리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10일 “대통령 말씀의 의미는 알겠지만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금리는 위험을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돈을 잘 갚는 사람이 더 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리는 위험도에 비례한다. 신용도가 낮거나 연체 경험이 있는 이들은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반면 고신용자는 금융거래를 정상적으로 해왔고 대출금을 성실히 상환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부담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개인신용대출 금리는 연 3.99~9.26%였다. 신용평가사 점수대별로 계단식으로 금리가 올라가는 구조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은 남의 돈(예금)을 받아 굴린 뒤 정해진 시점에 자금을 내줘야 한다”며 “저신용자·서민·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동안 받은 이자로도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예금자인 국민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정책 서민금융 상품의 부실률은 상당히 높다. 공공성을 가진 기관에서 취급해도 연체율이 지나치게 높아 감당하기 어렵다.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말 기준 25.5%까지 치솟았다. 저소득 대학생과 청년을 대상으로 한 ‘햇살론유스’는 12.7%, ‘근로자햇살론’도 12.7%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서민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하라고 은행을 압박하기보다, 재정 지원을 통해 이자비용을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햇살론15와 최저신용자 특례 보증의 보증료율은 각각 9.9%포인트, 7.9~8.9%포인트 수준으로 15.9% 금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를 예산으로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조성하고 금융권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 추가 출연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부업 활성화를 통한 보완책도 거론된다. 일본은 2010년 법정 최고금리를 29.2%에서 20%로 내리면서 대부업체가 줄도산 위기에 몰리자, 은행이 대부업체를 자회사로 두도록 했다. 계열 대부업체가 은행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식이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우수 대부업자에 한해 은행 차입을 허용하는 제도가 있으나 유명무실하다”며 “이를 확대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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