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교직원연금기금(TIAA) 자회사 누빈자산운용이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대해 본격적인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코로니19 팬데믹으로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미국 상업용 오피스는 이르면 3년 후부터 원래 가치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의 상승 요인으로는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꼽았다.
애비게일 딘 누빈 리얼에셋 글로벌전략책임자는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갖고 “미국의 부동산 펀드가 형성된 이후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세 번의 사이클이 있다”며 “최근 2개 분기 연속 양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을 보면 역사적 상승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딘 책임자는 상승 사이클은 통상 12년가량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누빈자산운용에 따르면 1980년부터 1990년까지 약 12년 간 미국 코어 부동선 펀드 누적수익률은 11.5%를 기록했다. 이후 1990년대 초반 경기 침체로 자산가치 손실은 35%에 달했다. 경기 침체 국면을 회복하면서 1993년부터 2008년까지 수익률은 다시 11.5%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44%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수익률은 11.8%까지 반등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25%의 손실을 봤지만 최근 양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시장이 상승 국면에 접어드는 데 있어 가장 큰 동력은 AI 산업의 성장이다.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크게 늘었고 전력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누빈자산운용은 향후 5년 간 글로벌 데이터센터 용량 수요는 82GW에서 219GW로 3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 재편, AI, 데이터센터, 전기화에 따른 전력 수요는 2040년까지 연 평균 3%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따른 부동산 공급 감소도 기존 자산들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미국 내 물가 상승에 따라 건축비가 올라 부동산의 공급이 감소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건설 현장에서 주로 일하는 이민자들을 추방하면서 인건비는 더욱 크게 상승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누빈자산운용은 주식·채권 등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과정에서 헤지(위험 분산) 목적으로 부동산 비율을 늘리는게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딘 책임자는 “부동산은 인컴을 제공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우수하다”면서 “부동산 자산을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면 변동성은 줄어들고 수익률은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채드 필립스 누빈 리얼이스테이트 글로벌 대표는 “코로나로 하락한 자산가치는 3년이 지난 시점부터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말했다.
누빈자산운용은 6월 기준 총 1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전 세계 32개국, 1300여 곳의 기관 자금을 운용한다. 한국에서도 2014년부터 연기금·공제회·보험사 등 다양한 기관투자자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2021년 서울 사무소를 개설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