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PB(자체브랜드) 상품 발주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 혐의를 받던 중 협력업체와의 상생안을 내놓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절차 대신 동의의결 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10일 쿠팡과 자회사 씨피엘비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 지난달 27일 절차 개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위법 여부 판단을 보류한 채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조치와 피해 구제 방안이 적정하다고 인정되면 사건을 합의 형식으로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팡과 씨피엘비는 협력업체에 기명·날인이 없는 PB상품 발주서를 전달하고 합의되지 않은 판촉행사를 진행하면서 납품단가를 낮춘 혐의를 받아왔다. 이번에 대상이 된 협력업체만 94곳에 달한다. 씨피엘비는 2020년 쿠팡에서 분리돼 PB상품 제조와 판매를 전담하는 계열사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들은 판촉행사 비용과 물량 조정 부담을 떠안으면서 경영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쿠팡 측은 법적 다툼보다 신속한 거래질서 개선을 택하며 다양한 시정방안을 제시했다. 앞으로는 모든 계약서와 발주서에 반드시 서명 또는 날인을 받도록 하고, 새로 발주되는 PB상품은 최소 주문수량(MOQ)과 생산·납품에 필요한 리드타임을 사전에 명시하기로 했다.
또 문제의 핵심이었던 판촉행사는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며, 판촉비용의 최소 50% 이상을 쿠팡이 부담하도록 합의서에 적시한다는 방침이다
쿠팡과 씨피엘비는 협력업체 지원 방안도 내놨다. △PB상품 개발·납품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보조 △온라인 광고·할인쿠폰 발행 지원 △국내외 박람회 참가 지원 △우수 협력사 인센티브 지급 △상품개발 컨설팅 및 판로 개척 지원 등 약 30억 원 규모의 상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협력업체의 목소리를 정기적으로 청취하기 위해 협의체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수급사업자 보호와 거래질서 개선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제재 수위와의 균형을 따져 절차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공정위는 쿠팡 측과 협의를 거쳐 잠정안을 마련한 뒤 관계기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인용 여부를 전원회의에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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