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부터 14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 2025’에선 중국 업체들의 선전이 뚜렷했다. 단순 전기차뿐만 아니라 이차전지와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미래 사업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대거 선보이며 글로벌 경쟁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은 올해 행사에서 최신 전기차 배터리를 공개하며 유럽 시장에서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유럽 전기차 보급의 확대로 차량에 탑재할 배터리 수요도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차세대 제품을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CATL은 이번 IAA에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빠진 틈을 노려 전시 부스를 마련, 추가적인 배터리 수주 기회를 모색했다.
CATL은 리튬인산철(LFP) 기반의 ‘선싱 프로(Shenxing Pro)’ 배터리를 내놓았다. 유럽에서는 장수명 모델과 고속 충전 모델 2가지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장수명 모델은 최대 12년·100만㎞까지 보증하는 제품으로 758㎞의 최대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했다. 기존 LFP 배터리(300~500㎞) 대비 많게는 2배 넘는 성능을 갖춘 것이다. 고속 충전 모델은 단 10분 충전으로 478㎞를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CATL은 이번 제품이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주링보 CATL 해외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선싱 프로는 유럽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에 맞춰 개발된 제품으로 고속 주행뿐만 아니라 추운 날씨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저렴한 LFP 배터리 탑재를 늘려나가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값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에 핵심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성능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아 온 국내 배터리 업체는 LFP 배터리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한다.
중국 BYD는 5분 충전으로 400㎞를 주행할 수 있는 초고속 충전기술 ‘플래시 충전’을 과시했다. BYD는 내년 2분기까지 유럽에서 200~300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구축해 충전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계획이다. 스텔라 리 BYD 부회장은 지난 8일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전기차 충전소를 통해 내연기관차 주유만큼 빠른 충전 속도를 보여드리겠다”며 “이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마지막 돌파구로 시장 판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로보틱스와 AAM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은 올해 자사 휴머노이드인 ‘아이온(IRON)’ 실물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5년에 걸쳐 개발된 6세대 모델로 현재 샤오펑 공장에서 실제 투입을 앞두고 있다. 샤오펑은 올 4분기 아이온을 출시한 뒤 내년부터 본격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 다리와 팔로 움직이는 아이온은 178㎝의 키와 70㎏의 무게로 제작됐다. 두 손은 다섯 손가락을 움직여 22의 자유도(DOF)를 달성했다. 마치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정밀한 작업 수행 능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는 손가락을 얼마나 자유롭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작업 수행 능력에 큰 차이를 보인다”며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는 아직 3개 손가락이라 다양한 작업을 소화하기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샤오펑 부스에는 미래 모빌리티인 AAM 모형도 함께 등장했다. 이미 5000대의 선주문을 받았으며 내년 말 대량 생산이 예상된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내년까지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고 중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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