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며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달러 약세,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가 맞물리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온스당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 경우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100만 원에 육박하게 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한때 온스당 3646.29달러(한화 약 506만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된 금 선물 12월물도 전 거래일보다 0.7% 오른 3677.40달러(한화 약 511만원)에 마감했다.
국내 금값도 가파른 상승세다. KRX금시장에서 9일 오후 2시 48분 기준 1kg 현물 가격은 전일 대비 2.71% 오른 165만 9100원을 나타냈다. 지난달 말 152만 8600원에서 열흘 만에 약 10% 뛰었다. 한국금거래소 기준 순금 한 돈 가격은 70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날(46만 3000원)과 비교하면 53% 급등한 수준이다.
금값 강세의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주 최소 0.25%포인트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투자자들은 0.5%포인트 '빅컷'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달러 약세도 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DXY)는 현재 97선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말 110선에 근접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정치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매파 성향으로 꼽히는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을 시도하면서 연준 독립성 논란이 불거졌고, 달러 자산 불확실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금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확대가 금값 상승세를 뒷받침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러시아 외환보유액 동결 조치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탈달러화’ 움직임이 확산됐고,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 보유 다변화 차원에서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연평균 금 보유 순증 규모는 2015~2019년 130톤에서 2022년 이후 260톤 수준으로 확대됐다.
전망도 밝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상반기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한화 약 556만)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 5000달러(한화 약 695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증권가 역시 연말까지 3700달러 선을 유지하고 내년 4000달러 돌파가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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