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5년 내 업무 중 90%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기로 했다. 비즈니스 전략과 일하는 방식을 AI 위주로 재편해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모바일과 TV, 가전 등 삼성전자의 전 디바이스에 내·외부 AI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AI’ 체제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4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30년까지 전 업무 영역 90%에 AI를 적용해 AI가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DX부문장으로 취임한 이후 첫 공식 석상에서 AI 전략을 승부수로 띄운 것이다.
제품에 AI를 적용하는 것을 넘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노 사장은 앞서 지난달 사내 행사인 DX커넥트에서도 AI를 중심으로 비지니스의 근본을 혁신하고, AI로 일하고 성장하는 AI 드리븐 컴퍼니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AI’ 전략을 추진해 외부 AI 도입과 내부 AI 역량 강화를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AI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클라우드 AI와 삼성전자가 가장 잘하는 온디바이스 AI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AI’ 전략을 발전시키겠다”며 “독자 AI 모델 활용에 국한되지 않고 전략 파트너사들의 AI 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등 경쟁사들의 매서운 추격에 대해선 폭넓은 디바이스 포트폴리오를 내세워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중국 기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중저가 제품군에서도 입지를 확대한다. 삼성전자가 IFA에서 공개한 준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25 팬에디션(FE)’ 등이 대표적이다.
노 사장은 “AI를 쓰려고 하면 모바일이나 PC, TV 등 접점이 필요하다”며 “현재 AI 관련 플랫폼 회사는 여러 곳인데 하드웨어를 다양하게 가진 곳은 거의 없어 삼성이 유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에 대한 라인업 확장하고, 가성비 제품에서도 AI 경험을 확대해 차별화를 뒀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폼팩터 제품의 출시도 예고했다. 노 사장은 “확장현실(XR) 기기 ‘프로젝트 무한’은 완성도 높이는 단계라 머지않은 시점에 출시할 것”이라며 “한국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 접히는 트라이폴드 스마트폰도 예정대로 연내 출시된다.
한편 지난달 세계 최초로 출시한 마이크로 RGB TV는 제품군을 늘려 본격적으로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사장은 “내년 마이크로 RGB TV를 65인치부터 98인치까지 확대해 출시할 계획”이라며 “가격 부담이 한층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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