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핵심 서비스 카카오톡에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붙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동시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직군에 걸친 대규모 채용도 진행한다. 카카오가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증권사에서는 카카오의 상승 여력이 있다며 목표가를 최대 10만 원까지 제시하고 있다.
11월부터 카톡에서 ‘챗GPT’ 직접 쓴다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채팅’ 탭에 챗GPT를 탑재할 예정이다. 이용자가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 이탈 없이 곧바로 챗GPT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예컨대 친구와 연락할 때 채팅 탭의 해당 채팅방을 눌러 대화를 시작하는 것처럼, 채팅 탭에 별도로 마련된 챗GPT 아이콘을 눌러 생성형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들은 별도로 챗GPT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카카오톡 하나로 채팅부터 생성형 AI 기능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예컨대 상사로부터 카카오톡을 통해 받은 업무 지시를 바로 복사해 카카오톡 내 챗GPT에서 검색할 수 있다.
동시에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팅방의 ‘샵(#) 검색’에서도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챗GPT와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카나나’를 결합해 더 고도화된 검색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카카오의 AI 메이트 앱 ‘카나나’에서도 오픈AI의 모델과 자체 LLM이 함께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급격히 커지고 있는 ‘AI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양 사가 영향력을 함께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오픈AI와의 이 같은 협업 내용을 23일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에서 처음으로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이프 카카오에서 오픈AI와의 실제 프로덕트 형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정 대표가 “늦어도 다음 실적 발표 전에는 모두가 해당 프로덕트를 직접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카카오톡에서의 챗GPT 이용은 11월부터 실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자릿수 채용도 진행…AI 인재 뽑는다
동시에 카카오는 2026년도 카카오 그룹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실시한다. 이번 공개 채용은 테크·서비스·비즈니스·디자인·스태프 등 전 직군에 걸쳐 실시한다. 특히 카카오 본사 뿐만 아니라 카카오게임즈(293490)·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뱅크(323410)·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페이(377300) 등 6개 주요 그룹사가 모두 참여한다. 목표 채용 인원은 세 자릿수이다. 그동안 카카오는 공개 채용의 경우 개발 직군에 한해 각 회사별로 진행해왔다. 이번처럼 카카오 그룹 차원에서 전 직군에 대해 공개 채용을 실시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지원서 접수 기간은 이달 8일부터 28일까지다.
글로벌 빅테크를 선두로 국내에서도 AI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 또한 AI 인재를 확보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는 이번 공개 채용의 목적은 “‘AI 기술을 활용해 새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익숙한 일명 ‘AI 네이티브’ 인재를 선발하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또한 “지금 청년들은 다양한 AI 기술을 접하고 활용하며 함께 성장해 온 첫 세대”라며 AI 시대에 적합한 우수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최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로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카카오가 대규모 공개 채용에 나선 데 주목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창업자에 대해 검찰은 지난 달 29일 징역 15년과 벌금 5억 원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카카오의 성장 동력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으나 오히려 대규모 공개 채용으로 정면 돌파에 나선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카카오 주가는 잠잠…증권가선 목표가 10만 원도
잇따른 호재성 소식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주가는 다소 잠잠한 편이다. 마지막 거래일인 5일 정규 시장에서 카카오는 5만 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말 7만 원대 후반까지 올랐던 카카오 주가는 최근 5만 원대 후반으로 후퇴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AI 사업에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키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카카오 목표가를 기존 7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42.9% 상향 조정하며 인터넷 업종 최선호주로 꼽았다. 키움증권은 카카오의 AI 사업 내재가치를 12조 1000억 원으로 평가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카카오는 4년 후인 2029년 AI에 대해 총 9조 4355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ㅇ예상된다. 이 중 톡 기반 에이전트 서비스 매출액은 7조 8680억 원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투자증권(7만 8000원→8만 7000원), 신한투자증권(7만 5000원→8만 6000원) 등도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수석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AI 에이전트(비서)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은 수준”이라며 “오픈AI와의 협업 결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이 입증된다면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그러면서 “일상 업무를 모두 AI에게 맡기는 시대가 가속화될수록 카카오 AI 에이전트는 차세대 필수 앱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카카오는 2027년까지 400만 명 이상의 AI 구독자를 확보하고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구독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오픈AI의 카카오 지분 취득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법 리스크로 골치를 앓고 있는 카카오가 오픈AI에 김 창업자의 지분을 넘기면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IT 업계에서는 해당 시나리오의 경우 실현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지만, 사법 리스크로 몇 년동안 골머리를 앓아온 카카오가 위험한 선택지를 고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특히 국민 앱 ‘카카오톡’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가 외국 회사에 지분을 넘긴다면 국가적 반감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