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중국 하이센스가 20년간 삼성전자가 지켜온 글로벌 TV 시장 1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4일(현지 시간)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신(新)가전제품이 독일 ‘메세 베를린’을 휩쓸었다. 중국 로보락의 신제품 출시 기자 간담회에는 전시장 밖까지 취재진이 늘어섰고 청소기 시장을 접수한 중국은 잔디깎이·세탁건조기·스마트쿠커 등 새 먹거리를 찾아 빠른 세력 확장에 나섰다. 삼성과 LG는 중국 업체들의 고질적 약점인 보안 문제를 겨냥한 신형 로봇청소기를 출시하며 반전을 노렸다.
로보락은 이날 잔디깎이·로봇청소기 등 신제품을 발표했지만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깜짝 공개된 세탁, 건조기, 로봇청소기(쓸기·닦기) 등 4개 기능을 한데 묶은 ‘로보락 4in1 홈와이드 클리닝 콤보’였다.
로보락은 여기에 자사 최초 잔디깎이를 선보이는가 하면 중국 모바도 지난해 처음 출시한 잔디깎이 기계의 새 버전을 공개했다. 라이다 센서만 있던 기존 제품에 카메라를 탑재해 장애물 회피 기능을 강화했다. 중국 에코백스는 최초의 수영장 전용 로봇청소기인 ‘울트라마린’, 창문 전용 로봇청소기인 ‘윈봇’과 ‘옴니’ 신제품을 선보였다. 에코백스는 자회사 틴코를 통해 다양한 요리를 간편하게 해주는 스마트쿠커 신제품을 공개했다.
삼성과 LG는 로봇청소기의 보안 기능을 크게 강화한 신제품으로 반격에 나섰다. 중국 로봇청소기들은 이미 국내외 기관들에서 보안 취약점이 노출됐다고 지적된 바 있는데 보안 이슈는 유럽에서도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변수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시장에서 연내 출시될 ‘비스포크 AI 스팀’을 내놓고 ‘삼중 보안’ 장치를 강조했다. 기존 제품에는 자체 보안 플랫폼인 ‘녹스’와 블록체인 기반의 ‘녹스 매트릭스’가 적용되는데 로봇청소기에는 ‘녹스 볼트’까지 추가했다고 전했다. LG전자(066570) 역시 조만간 출시할 로봇청소기 신제품에 자사 보안 솔루션 ‘LG쉴드’를 처음 적용했는데 기존 보안 체계에 별도의 방어 기술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5일 서울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에서 “디스플레이산업 경쟁력은 삼성·LG전자 등 세트 업체와 직결된다”며 “TV 출하량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가 2020년 5000만 대에서 지난해 3000만 대 중반으로 감소했다”며 “내년이면 중국 하이센스가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2028년에는 TCL도 삼성을 능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하이센스와 TCL은 2023년 TV 출하량에서 LG전자를 앞지르며 삼성전자에 이어 각각 2·3위로 올라선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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