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자금이 금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상화폐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물 금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지털화한 ‘토큰화 금’은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5일 오후 3시 40분 글로벌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가상자산 가운데 비트코인(BTC)과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대부분이 한 주간 3% 안팎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새벽 한때 11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지만 현재는 일주일 전보다 0.45% 소폭 오른 11만 16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불과 20여 일 전 기록한 사상 최고가와 비교하면 10% 이상 낮은 수준이다.
반대로 금값은 온스당 36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혼선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뉴욕 증시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며 투자 자금이 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미국 노동시장 지표가 예상치를 밑돌자 투자자들이 국채와 금으로 몰리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위험 회피 심리가 비트코인을 10만 8000달러까지 재차 끌어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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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약세 속 금 가격 랠리와 맞물려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토큰화 금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토큰화 금은 실물 금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한 것이다. 발행사가 금을 실제 금고에 보관하고, 이에 상응하는 수량의 토큰을 블록체인에서 발행하는 구조다. 투자자는 토큰을 가상화폐 지갑에 담아 24시간 거래할 수 있고 일정 조건에 따라 실물 금으로 교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수점 단위로 분할 매입할 수 있어 기존 금 투자보다 접근성이 높고 블록체인 특성상 거래 투명성도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코인게코에 따르면 토큰화 금 전체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26억 달러(약 3조 6155억 원)를 넘어섰다. 불과 5개월 전 14억 달러(약 1조 9468억 원) 수준에서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특히 시가총액 1위인 팍스골드(PAXG)는 이날 처음으로 10억 달러(약 1조 3904억 원)를 돌파했다. 1년 전 4억 7368만 달러(약 6586억 원)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2위 테더골드(XAUt) 역시 시총 9억 달러(약 1조 2513억 원)에 육박하며 1년 전보다 50% 늘어났다.
다만 국내에서는 토큰화 금과 같은 실물연계자산(RWA)이 여전히 제도적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혀 있다. 토큰증권(ST) 판단 기준을 담은 관련 법안 논의가 국회에 계류 중인 탓에 증권성 해석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유일한 토큰화 금 프로젝트 ‘비단(구 센골드)’는 투자자가 플랫폼에서 직접 토큰화 금을 거래하기보다 교환권 구매 방식으로 간접 지원에 머물고 있다. 해외 상품 상장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국내 거래소에는 PAXG가 유일하게 빗썸·코인원·코빗 원화 마켓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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