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년 여성의 폐경 이행기 과정에서 인지된 스트레스가 크게 늘고, 특히 ‘우울’과 ‘울화’가 두드러지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여성의 정신건강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상원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류승호 헬스케어데이터센터 교수, 장유수·장윤영 박사 코호트연구소 연구팀은 2014~2018년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42~52세 여성 4619명을 대상으로 평균 6.6년간 추적 조사했다. 한국 중년 여성의 폐경 단계별 심리 변화를 체계적으로 제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국제 기준(STRAW+10)을 적용해 여성의 폐경 단계를 △폐경 전 △이행 전기 △이행 후기 △폐경 후 4단계로 구분하고 표준화 설문도구인 인지 스트레스 검사표(Perceived Stress Inventory, PSI)를 활용해 △긴장 △우울 △울화 등 인지된 스트레스 수준을 평가했다. 인지된 스트레스란 개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수준과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대처 가능성을 스스로 평가하는 지표다.
분석 결과 인지된 스트레스 총점은 폐경 전보다 이행 후기에 가장 높았고 이후 폐경 단계에 들어서면서 다소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위 항목 가운데 울화 점수는 이행 전기부터 후기까지 꾸준히 상승했고 우울 점수는 이행 전기부터 높아져 폐경 이후까지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폐경 이행기가 단순한 생리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심리·사회적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시기로 심리상담·수면 관리·규칙적 운동 등 단계별 맞춤형 정서 지원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폐경 단계별 맞춤형 관리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중년 여성 대상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상원 교수는 “울화 점수가 이행 후기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우울은 장기간 지속된 점이 눈에 띈다”며 “한국 문화 특유의 감정 억제 성향을 감안할 때 울화가 신체 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정신의학회는 ‘화병’을 한국 문화의 특이적 스트레스 반응 사례로 소개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갱년기 여성 만성질환 예방 관리’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지난 7월 국제학술지(Maturita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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