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표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업들이 최근 2년간 고용 인원을 3000명 가까이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산 위기에 빠진 기업들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퇴직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정부 지원 사업 선정 과정에서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재기지원펀드를 조성하는 등 창업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9일 서울경제신문과 더브이씨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팁스(TIPS) 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업 중 1159곳을 추적 조사한 결과 최근 2년여간 총고용 인원은 2935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팁스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대표적인 민관 합동 육성 프로그램이다. 팁스 기업으로 선정되면 3년 동안 인건비 등 연구개발비를 지원받는다. 팁스 선정 기업이 모두 벤처기업은 아니지만 기술력을 많이 평가하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팁스 기업들이 벤처기업 인증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2018년에 선정된 기업들의 고용 인원은 2022년 기준 6282명까지 증가하다 올해 6월에는 5290명으로 고용 인원이 1000명 가까이 줄었다. 2020년 선정 기업 역시 정부 지원이 유지되던 2023년까지 4202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상반기 기준 고용 인원은 3717명으로 하락했다. 정부 지원 사업이 종료되는 시기와 벤처 투자 활황기가 끝나는 시점이 맞물리며 스타트업들이 고용을 대폭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2022년 팁스 선정 기업의 경우 정부 지원 기간인 지난해 고용 인원을 5155명까지 늘렸지만 정부 지원이 끝난 올해는 5075명으로 감소했다. 가장 선망 받는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된 양질의 창업 기업조차도 외부 지원 없이는 고용을 이어가기 어려운 셈이다.
이처럼 고용 위기가 업계 전반을 덮친 가운데 퇴직연금에 가입한 스타트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업이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근로자들의 퇴직금 보호를 위해 사외에 적립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실제로 이를 이행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팁스 운영사로 등록한 한 투자회사 대표는 “전수 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피투자사 중에서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등 퇴직금 대책을 미리 세워놓은 곳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전했다.
퇴직금 미지급 등 임금 체불 피해를 막으려면 팁스와 예비 유니콘 등 정부 지원 사업 선정 과정에서 퇴직연금 가입 여부 등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적 펀드나 정부 지원으로 벤처기업을 투자할 때 퇴직연금 제도 도입이나 복리 후생을 평가 기준에 포함시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퇴직연금에 가입할 유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업자를 포함해 도산 위기에 놓인 기업의 임직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10년 넘게 정부가 ‘제2 벤처붐’ 조성을 목표로 수억 원의 돈을 창업가에게 쥐어주며 법인 설립을 장려하고 공공 기금을 마중물 삼아 수조 원의 투자금을 투입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부실 예방과 재기 지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중기부 관계자는 “팁스 프로그램 지원 금액을 대폭 상향하고 지원 대상 기업도 대폭 늘릴 예정”이라며 “사회적 안전망 강화를 목표로 재기지원펀드 등을 도입해 창업자들의 재도전을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달 뉴욕시립대 방문교수는 “유럽 중소기업법에는 제2원칙으로 파산에 직면한 정직한 기업가의 보호 및 재기 지원에 관한 규정이 명문화돼 있으나 한국 중소기업기본법에는 재기 기업, 성실한 파산자, 재기 지원에 관한 규정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영국 사례에서 보듯이 부실 예방-부실 관리-법적 정리-재기 지원을 한 번에 담당하는 원스톱 기구인 국민재도전위원회와 같은 범정부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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