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신라·신세계면세점 간 임대료 분쟁을 둘러싼 법원 조정 2차 기일이 28일로 다가오면서, 면세업계 전체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라와 신세계가 실제로 인천공항에서 발을 뺀다면 그 빈자리를 노리는 롯데면세점과 중국 최대 면세기업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의 행보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이번 2차 기일에도 불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14일 열릴 예정이었던 조정 절차에도 불참하면서 기일이 연기됐으나, 이번에도 같은 태도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미 밝혔듯 조정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인천공항이 빠진 상태에서 법원이 조정 불성립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강제 조정 결정이 내려진다 해도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임대료 조정 필요성이 언급된다면 면세업계에는 일정 부분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
관심은 신라와 신세계의 대응에 쏠린다. 두 회사는 이미 법정 공방과 별개로 공항점 철수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신라는 DF1, 신세계는 DF2 구역을 운영 중인데, 철수 시 각각 약 1900억 원의 보증금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소송을 이어간다면 막대한 임대료 부담이 장기간 지속되는 만큼, 폐점 카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가장 유력한 대체 주자는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는 최근 보따리상(다이궁) 의존도를 줄이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 올해 상반기 흑자를 기록했지만, 매출은 20% 이상 줄었다. 인천공항에 복귀한다면 매출 확대는 물론, 신라·신세계가 빠진 자리를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에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전략적으로 유찰을 유도해 임대료를 떨어뜨린 뒤 재입찰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인천공항의 입찰 규정상 두 곳 이상이 참여하지 않으면 자동 유찰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입찰 전략을 사전에 단정하기 어렵다”며 “조정 협의 결과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 1위 면세기업으로 자리잡은 중국 CDFG 역시 인천공항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DFG가 중국 국영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국내 기업과 합작법인(JV) 형태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CDFG는 지난해 베트남 대형 유통사 IPPG와 JV를 설립해 면세 사업을 확장하는 등 해외 진출에서 파트너십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만 신라·신세계가 당장 영업을 접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 달부터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재개되면 면세업계 매출 반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대료 산정 구조상 이용객이 늘어날수록 임대료도 함께 오르게 설계돼 있어, 매출 증가 효과가 임대료 부담을 상쇄하지 못한다면 두 회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결국 28일 조정 기일은 면세업계의 향후 판도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라·신세계가 잔류를 택할지, 롯데와 CDFG의 새 판 짜기가 시작될지가 이번 법원 조정을 계기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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