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가운데 1조 원가량의 지출을 내년 이후로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역대 최고 수준인 12조 5000억 원의 SOC 조기 집행을 천명했지만, 핵심 사업이 각종 잡음을 내며 지연돼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주요 SOC 사업 가운데 100억 원 이상 예산 지출이 감액된 사업은 7개, 감액된 금액만 9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노선의 재정 구간인 용산~상봉 구간이 당초 2968억 원 집행될 예정이었지만 1222억 원 감액됐다. GTX-B는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 마석을 잇는 광역교통망이다.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했지만, 민간투자 사업 구간은 건설비 급등과 시공사 지분 변동 등으로 1년 이상 착공이 밀렸다. 재정 구간 역시 주민 반대 등으로 올해 사업비의 절반가량을 내년 이후 집행하기로 한 것이다. 시공사의 한 관계자는 “도심 내 철로가 지나는 지역의 환풍구 공사 등과 관련해 주민들의 민원이 다수 제기됐고 주민 협의와 지자체 인허가 등이 예정보다 지연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올해 부지조성공사 착공이 사실상 무산되며 5223억 원의 자금 집행이 밀렸다. 가덕도신공항은 당초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공기 문제로 시공사를 새로 선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또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한 1820억 원의 집행도 순연됐다. 포항 앞바다인 영일만 횡단구간을 두고 경상북도·포항시 등 지자체와 국토부 간 견해차가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이 구간 일부를 해저터널로 건설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는데 정부는 예산 급증 등의 이유로 사업계획의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월곶-판교 복선 전철(200억 원), 인덕원-동탄 복선 전철(251억 원) 등도 토지보상 문제 등으로 올해 반영된 예산 중 수백억 원을 내년 이후 집행하기로 했다.
올해 예정된 SOC 집행이 후퇴하면서 건설업계 안팎에선 건설투자의 장기 침체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을 -8.1%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13.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 경제와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정부가 SOC 예산 조기 집행을 천명했지만, 기존 집행 예정액이 밀리면서 효과가 반감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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