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임대료 갈등 법원 조정 2차 기일인 28일을 앞두고 이들 면세점의 셧다운(폐점)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두 업체가 공항에서 철수한다면 그 자리를 노리는 롯데면세점과 중국 최대 면세기업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의 진출 시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2차 기일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기존 2차 기일이었던 이달 14일 불참해 법원이 기일을 28일로 연기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존에 밝힌 대로 (28일) 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인천공항 부재 하에 조정불성립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소송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설령 법원이 강제 조정을 하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임대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온다면 면세점 업계에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의 추가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양사의 법무대리인은 법원 조정과 별개로 소송은 물론, 공항면세점 폐점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두 회사는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인천공항 사업장 DF1(신라)과 DF2(신세계)에서 각각 임대보증금 약 1900억원을 포기하면 철수할 수 있다. 반면 소송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임대료 부담이 지속돼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신라와 신세계가 철수하면 유력한 차기 입점 후보는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는 올해 초부터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롯데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18억원으로 흑자를 냈지만, 매출액이 1조 30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인천공항에 재입성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특히 신라·신세계가 빠진 자리를 공략하면 기존 대비 낮은 임대료로 사업권을 확보할 수 있어 유리하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고의적으로 유찰을 유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천공항의 입찰 방식은 2곳 이상이 참여하지 않으면 유찰되는데 다음 입찰에서 임대료는 낮아진다. 업계에서는 신라·신세계가 모두 철수하면 공항 내 두 자리 중 한 곳은 롯데가 차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경쟁 입찰에서 유찰을 판단하고 계획하는건 쉽지 않다"며 "조정 협의 결과에 따라 입찰 참가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로 성장한 중국 CDFG도 인천공항 면세점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CDFG가 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국내 면세 기업과 합작법인(JV) 형태로 진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CDFG는 지난해 베트남의 대형 유통기업 IPPG와 현지 면세 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해외에서 JV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라·신세계가 당장 폐점하지 않고 영업을 이어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음 달 29일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행될 경우 면세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객 수가 늘어날수록 임대료가 높아지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관광객 증가가 면세점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신라·신세계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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