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빠진 국내 펀딩 시장에서 중소형사들의 각축전이 활발하다. 이 가운데 업력 3년 차인 케이와이(KY) PE가 3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Y PE는 설립 후 처음 조성하는 1호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모집)를 통해 국내 기관들로부터 최근까지 총 2990억 원의 투자 약정을 받아냈다. 새마을금고와 산업재해보상보험기금·신협중앙회 등 주요 기관의 PEF 출자 사업 콘테스트를 통과한 결과다.
KY PE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명가로 오랜 기간 자리 잡아온 브레인자산운용에서 2023년 물적 분할된 업력 3년 차 신생사다. 2024년 초 SK팜테코에 대한 5억 달러(약 6900억 원) 규모의 소수 지분 인수로 첫 투자의 물꼬를 텄다. 당시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쟁쟁한 후보를 따돌리고 딜을 따내면서 업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KY PE는 장기적으로 주요 기업 경영권까지 인수하는 거래를 성사시키고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타진해왔다. 여러 기관 출자 콘테스트에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잠재 투자 대상 기업 리스트를 상세히 설명한 것이 좋은 점수를 따냈다는 후문이다. 첫 투자였던 SK팜테코 사례로 딜 소싱과 펀딩 능력을 입증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형 PE들이 올해 펀딩 시장에서 모두 빠지며 ‘무주공산’ 상황이 펼쳐진 것도 KY PE가 다크호스로 등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 VIG파트너스와 제네시스PE 정도가 펀딩에 나선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새롭게 조성 중인 6호 펀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약 7조 원의 약정을 받아냈으며 국내 기관 대상으로는 아직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앤컴퍼니는 2024년 4호 펀드를 역대 최대 규모인 약 4조 7000억 원 규모로 조성해 현재는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웬만한 중대형 운용사들도 최근 새 펀드 조성을 마쳐둔 상황이라 올해 출자 콘테스트에 대부분 불참했다.
연내 우정사업본부·군인공제회 같은 굵직한 기관의 출자 계획이 남아 있어 KY PE의 1호 펀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KY PE는 HD현대로보틱스가 추진 중인 2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과정에서 유력한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어 기관들의 출자 관심은 더 늘고 있다. KY PE는 산업은행과 공동 펀드를 만들어 HD현대로보틱스의 신주 등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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