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일상이 된 폭염…기상청 '족집게 예보'로 재앙 막는다

■이상고온에 한반도 신음

작년 열대야 24.5일…평년의 4배

한반도 '습한 폭염' 인체에 치명적

온열 환자 4000명, 국민건강 위협

기상청연구센터 앙상블예측 활용

단기 예보 향상…중장기는 걸음마

독자 기술 확보해야 정확성 높여





올해 한반도는 1994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뜨거운 여름을 겪는 중이다. 지난해 추석까지 이어졌던 폭염이 올해는 장마를 건너뛴 듯 초여름부터 기승을 부렸다. 7월 전국 평균기온은 27.1도로, 1994년 7월(27.7도)에 이어 1973년 기상 관측망 확충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국 폭염 일수도 14.5일로, 1994년(17.7일), 2018년(15.4일)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서울(15일), 대구(18일) 등 주요 도시는 한 달의 절반가량을 폭염 속에 보냈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는 폭염의 파괴력을 더욱 키웠다. 2024년 연간 열대야 발생 일수는 평년보다 네 배 이상 많은 24.5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는 그마저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은 단순한 ‘더위’를 넘어 사회적 재난을 불러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여름 온열질환자는 5월 15일부터 24일까지 누적 40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3155명)보다 1.3배 늘어난 수치다. 폭염은 사회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7월 최대 전력사용량은 85GW(기가와트)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이달 25일에는 96GW까지 치솟았다. 열돔 현상 속 무더위가 이어지자 냉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폭염은 이처럼 국민 건강과 전력 수급은 물론, 농축수산업까지 전방위에 타격을 주며 사회 전체를 흔드는 복합 재난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폭염의 원인 분석과 과학적 중장기 예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 센터장의 자문과 기상청이 발행한 ‘2024 폭염 백서’를 통해 한반도 폭염의 원인과 예측 방식에 대해 알아봤다.

26일 부산 시내 한 건물 외벽에 빼곡히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가동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는 25일 오후 6시에 올해 여름철 최대전력인 96GW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종전 최고 전력 기록은 7월 8일 오후 6시 95.7GW였다. 연합뉴스


대규모 대기 순환과 지구 온난화 만나 폭염 낳아


과학자들은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폭염의 원인을 대규모 대기 순환과 지구온난화의 결합에서 찾는다. 한반도에서는 장마가 끝난 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대기 흐름이 정체되고 맑은 하늘과 강한 일사량이 장기간 이어지며 폭염이 발생한다. 여기에 티베트 상층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게 되면 고기압 내부의 하강기류로 인해 공기가 단열팽창해 기온이 더욱 치솟는다. 국지적으로는 동풍이 부는 경우 산맥을 넘은 더운 바람이 중서부 지역에 폭염을 발생시키기도 하고, 도시와 같이 인공적인 공간에서는 열섬 효과에 의해 같은 폭염이라도 더 강하게 도심 내부에 열을 축적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는 동아시아 몬순기후대에 위치해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폭염과 열대야가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의 수증기를 더 증가시키는데 이에 따라 습도가 높은 폭염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것도 우리나라와 같은 몬순기후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습도가 높은 폭염은 인체에 열을 축적시키기 때문에 건조 폭염보다 더 치명적이다. 기상예보에서 과학적 폭염 예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유라시아 토양 수분, 북극 해빙까지 분석해야


현재 기상청은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일 경우에는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특보는 내일과 모레 수준의 정보만 제공할 뿐 산업계나 행정기관이 필요로 하는 ‘향후 일주일, 올여름 전망’과 같은 중기 정보는 담지 못한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UNIST 폭염연구센터는 폭염의 중기 예측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폭염 발생 과정을 이해하지 않고 단순히 컴퓨터 계산에 의존하면 예측 방식을 개선하기 어렵다”며 “열대 태평양 해수온, 유라시아 대륙 토양 수분, 북극 해빙 분포 등이 한반도 여름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센터가 활용하는 방식은 ‘앙상블 예측’이다. 기존 날씨 예보가 슈퍼컴퓨터에 현재 대기 상태를 입력해 단일 값을 내는 결정론적 예보라면, 앙상블 예측은 초기 조건을 조금씩 달리해 수십~수백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이렇게 얻은 여러 시나리오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폭염 발생 확률과 신뢰도를 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50회 시뮬레이션 중 35회에서 폭염이 나타나면 폭염 확률을 70%로 보는 식이다. 단순히 ‘발생’ ‘미발생’이 아니라 불확실성까지 보여줄 수 있어 재난 대응에 특히 유용하다. 이 기법은 2018년 기록적 폭염을 사전에 포착하며 실용성을 입증했고 관련 연구가 해외 저명 학술지에 게재되며 국제적으로도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다만 폭염 중장기 예측은 여전히 초기 단계다. 폭염 예보는 날씨 예보와 달리 해양·지면·빙권 등 기후 시스템 전체를 방정식으로 표현해야 하기에 계산 복잡성과 연산량이 훨씬 크다.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는 영국기상청이 개발한 기후 모델에 의존하고 있다. 독자 기술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폭염과 관련해 보다 정교한 예보를 이미 시작했다. 미국은 열지수(체감온도)를 기반으로 3~7일 전부터 ‘폭염경보(Heat Watch·Warning)’를 내린다. 확률 예보를 통해 불확실성까지 제시한다. 일본은 습구흑구온도(WBGT)지수를 활용해 5단계 건강 위험 수준을 안내한다. 경보 시 학교 수업이나 야외 활동을 중단한다. 호주는 초과열지수(EHF)를 활용해 최근 평균기온과 예보를 비교해 저강도에서 극심 단계까지 세분화된 경보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