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국산 브랜드 골드파이브가 제작한 수제 퍼터를 선물로 전달했다. 이 퍼터는 헤드 토 부분이 버선코나 한옥 처마처럼 끝이 살짝 올라가 있어 한국의 미(美)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지난 19일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참전용사가 사용하던 골프채를 선물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고가의 금장 드라이버를 들고 날아가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국가 지도자 중 최고의 ‘골프광’으로 꼽힌다. 자신의 돈 5만 달러를 들여 백악관에 있던 골프 시뮬레이터를 교체했고, 타이거 우즈와도 몇 차례 라운드를 했다. 브라이슨 디섐보와는 거의 1시간짜리 골프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타수 등을 속이는 ‘치터’(사기꾼)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붙는 게 흠이다. 올여름 스코틀랜드에서 골프를 칠 때는 수행원(또는 캐디)이 몰래 ‘알까기’를 하고 카트를 몰고 온 트럼프 대통령이 태연하게 그 볼에 다가가는 영상이 공개돼 망신살이 뻗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 개발에도 진심이다. 트럼프가 소유, 운영, 관리하는 골프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8곳에 달한다. 미국에 11곳이 있고, 스코틀랜드를 비롯해 아일랜드, 인도네시아, 오만, 두바이에도 있다. 트럼프 소유 골프장 이름에는 나름의 작명법이 있다. 미국 내 골프장에는 ‘트럼프 내셔널’이 앞에 붙고 뒤에 지역명이 따른다. 미국 외 지역 골프장에는 ‘트럼프 인터내셔널’이 앞에 오고 뒤에 국가명(또는 지역명)을 붙인다. 딱 2곳의 예외가 있다. 트럼프의 첫 번째 골프장인 웨스트팜비치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지만 ‘트럼프 인터내셔널’을 사용한다. 디 오픈 순회 개최 코스 중 하나였던 스코틀랜드의 턴베리는 트럼프 인터내셔널을 붙이지 않고 그냥 ‘트럼프 턴베리’가 됐다.
트럼프가 처음 골프장 개발에 눈을 돌린 건 1999년부터다. 유명 코스 설계가 짐 파지오와 손잡고 웨스트팜비치 코스를 만들었다. 트럼프 골프장 디자인에는 짐 파지오의 동생인 톰 파지오를 비롯해 잭 니클라우스, 그레그 노먼 등 유명 선수나 설계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트럼프 내셔널 로스앤젤레스는 원래 피트 다이가 설계한 곳이지만 트럼프는 인수 후 톰 파지오와 함께 직접 코스를 재설계하는 열정도 내비쳤다.
트럼프 소유 코스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도럴이다. 90홀이나 된다. 원래 이곳을 개발했던 알프레드 캐스켈이 부인 이름(도리스)과 자신의 이름을 합쳐서 ‘도럴’이라고 작명했다. 내년 4월 말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이애미 챔피언십은 트럼프 내셔널 도럴 골프장에서 열린다. 도럴에서 PGA 투어 대회가 열리는 건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트럼프 내셔널 베드민스터는 2009년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결혼식을 올렸던 곳이다.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던 2017년 베드민스터에서 열린 US 여자오픈을 직접 관람하며 우승자인 박성현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내셔널 주피터는 아베 일본 총리와의 라운드로 주목을 받았고, 트럼프 내셔널 필라델피아 코스는 ‘부동의 세계 1위’ 코스로 여겨지는 파인밸리 바로 옆에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8월에는 스코틀랜드 북동부 애버딘 인근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스코틀랜드 골프장이 새로운 18홀 코스를 오픈했다. 스코틀랜드 출신 영화배우 숀 코너리가 생전에 골프장 개발 과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새 코스에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어머니 이름(메리 매클라우드)을 붙일 계획이었지만 이전 18홀을 올드 코스로 부르고 새 18홀을 뉴 코스로 명명했다.
이렇듯 올드 코스와 뉴 코스로 나누는 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인트앤드루스와 서닝데일 등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측도 이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아들 에릭 트럼프는 애버딘 코스의 오프닝 행사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36홀”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에 애착을 갖고 ‘골프 제국’ 확장에도 열심인 이유는 뭘까. 혈통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않을까 싶다. 그의 어머니 매클라우드는 스코틀랜드 이민자 출신인데, 헤어스타일은 ‘역동적인 오렌지색 소용돌이’로 불렸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헤어스타일도 이와 유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몸 안에는 골프를 유독 사랑하고 보급에 앞장섰던 스코틀랜드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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