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선박을 사겠다고 공언한 영향으로 26일 국내 증시 프리마켓에서 조선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0분 현재 대한조선은 전장 대비 4.64% 오른 9만 4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 한화오션(3.74%), 삼성중공업(2.50%), HD현대미포(2.20%), HD현대마린엔진(1.77%) 등 조선업종들은 줄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간밤에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양 정상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경제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조선업이 상당히 폐쇄됐기에 한국에서 구매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과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일부 선박을 한국 조선소에서 직접 주문하되 일부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에서 건조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간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과의 협력에서 가장 우려했던 점은 미국의 현지 생산 여건이 너무 열악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조선소를 새로 짓더라도 당장은 고품질 선박을 경제성 있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조선소의 낙후된 생산설비야 신규 투자로 개선한다고 해도 숙련된 노동력을 키우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한국처럼 조선업체와 여러 부품 업체가 한 지역에 몰려 있어 시너지를 발휘하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산 선박 구매는 한국 업체에 가장 유리하고, 미국 입장에서도 필요한 선박을 가장 빨리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지만, 미국 내에서 정치적인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그간 미국 의회에서도 동맹과 협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존스법과 반스-톨레프슨 수정법 등 외국 조선업체의 미국 선박 시장 진출을 막아온 각종 법을 개정·폐지하자는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으나 통과가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해 관행을 완전히 무시하는 경향인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산 선박을 구매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만큼 앞으로 행정 권한을 활용해 한국산 선박 구매를 허용하거나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을 설득해 법 개정을 관철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