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올 들어 미국 내 신사업 투자를 위해 설립한 HMG글로벌에 1조 1000억 원 이상을 증자하며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 상용화에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2033년이면 32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로봇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점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전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8일 HMG글로벌에 대한 증자로 2188억 원을 납입하며 올해 총 6040억 원을 출자했다. 현대모비스도 이달 1400억 원가량을 추가 투입하며 올 들어 총 2956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기아는 올 상반기까지 2374억 원의 출자를 끝마쳤다.
HMG글로벌은 현대차그룹의 합작 투자법인이며 현대차(49.5%)와 기아(30.5%), 현대모비스(20%) 등으로 주주가 구성돼 있다. 이번 증자에서 HMG글로벌의 주주 3개사가 비슷한 지분율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기아 역시 2000억 원가량의 자금을 추가 출자할 것으로 추정된다.
HMG글로벌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올해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신사업을 위해 HMG글로벌에 매년 1조 5000억 원가량을 투입해왔는데 이달까지 벌써 한 해 투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의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봇은 물론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유망 스타트업 발굴 등 미국 내 신사업 전반에 사용되는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HMG글로벌이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문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54.7%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이번 증자 자금이 로봇 사업 강화에 대부분 투자됐을 것으로 본다. 올 6월 말 기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부채(4556억 원)가 자산(4053억 원)보다 많아 자본잠식 상태인데 1분기 말만 해도 자산이 부채보다 700억 원가량 많은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수익성이 높지 않은 로봇 사업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데 힘을 보태주는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향후 투자액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로봇 사업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물류 자동화 등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어스튜드 애널리티카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시장은 지난해 37조 4100억 원 수준에서 연평균 27.2% 성장해 2033년 2352억 8000만 달러(약 328조 1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자동차 자율주행 등에 사용되는 센서나 제어 기술이 로봇 기술에도 직결될 수 있어 기존 현대차그룹 사업과의 연계성도 높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수만 대를 수년 내에 미국 자동차 사업장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히며 활용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룹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첨단 기술력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새 작업 영상을 공개했는데 걷거나 쪼그리는 움직임을 통해 부품을 분류하는 것은 물론 작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대처해 눈길을 끌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일본 도요타리서치연구소(TRI)가 공동 개발한 대규모행동모델(LBM)이 적용돼 아틀라스가 인간처럼 자율적으로 판단·행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현대차그룹은 연내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기술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상반기 미국 앱티브와 세운 자율주행 합작회사인 모셔널에 3160억 원, UAM 법인인 슈퍼널에 1940억 원을 각각 추가로 출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기업을 넘어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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