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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뱅, 쿠팡 지분 또 매각…올해만 2.2조 팔아치웠다

5·6월 이어 8월까지 6000만주 매도

올 쿠팡 주가 30% 올라…투자금 회수

美 AI·반도체 투자 위한 실탄 확보

韓 e커머스 포화·규제 리스크 확대

투자자 압박땐 국내 투자 축소 우려





쿠팡의 최대 투자자인 소프트뱅크가 올들어 뉴욕 증시에서 쿠팡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가운데 쿠팡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일부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쿠팡의 주요 시장인 한국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온라인 플랫폼 규제 움직임 등 정책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소프트뱅크가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달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쿠팡 주식 2000만 주를 주당 28달러에 장내 매도했다. 소프트뱅크는 5월과 6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에 걸쳐 쿠팡 총 6000만 주(16억 1600만 달러)를 매각했다. 원화 환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2100억 원이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2023년(4억 6200만 달러)과 2024년(8억 9500만 달러)에 처분한 쿠팡 지분 규모를 합산한 것보다도 많다. 쿠팡에 총 30억 달러를 투자했던 소프트뱅크의 지분율은 2021년 기업공개(IPO) 직후 37%에서 4년 여 만에 17%선까지 하락했다.

소프트뱅크가 쿠팡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도한 데에는 우선 AI와 반도체 위주로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재원 확보 차원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2월 오픈AI와 손잡고 미국에 최대 5000억 달러(약 710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오픈AI에 최대 400억 달러(약 57조 원) 추가 출자를 공식화했다. 최근에는 인텔에 2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2%를 확보했다.

쿠팡의 주요 사업 무대인 한국의 정책 환경 변화도 주식 매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커지면서 물류센터 및 배송 관련 직간접 고용 인력이 많은 쿠팡으로서는 노동 관련 분쟁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형플랫폼과 입점업체들 사이 공정한 거래를 위한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 움직임 역시 쿠팡에는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주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소프트뱅크가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쿠팡 주가는 지난 달 52주 신고가인 31.65달러까지 올랐다가 소폭 하락한 상태로, 올해 들어서만 30.8% 상승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추가 성장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네이버 등 경쟁사가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며 “특히 새 정부 들어 노동 이슈와 플랫폼법 등 규제 강화로 인해 이익보다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의 경영권은 여전히 안정적이다. 김 의장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소수 지분 만으로도 70% 이상의 의결권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창업 초기부터 함께 한 전략적 투자자인 소프트뱅크의 영향력이 약화된 반면, 기관투자자들이 늘면서 이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조지 소로스와 함께 영국 파운드화 공매도로 유명한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투자사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가 2분기 포트폴리오 내 쿠팡 비중을 기존 5.16%에서 6.67%로 확대했다. 자산운용사 찰스 슈왑도 쿠팡 지분을 늘리면서 2분기 말 기준 114만 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투자자들이 늘면 주가 관리와 배당 확대 등에 대한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감안한 듯 쿠팡은 5월 1조 4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의 쿠팡 지분 매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기관 투자자 수가 늘어날수록 쿠팡은 ‘주주 가치 강화’와 ‘성장 유지’라는 두 가지 과제에 동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측은 소프트뱅크의 지분 매각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사진 제공=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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