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전문가들이 저성장 우려에도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것은 아직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추세적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표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보다 선제 인하할 경우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심리가 되살아나 주택 시장을 자극할 수 있어 일단 금리를 유지한 뒤 추이를 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6·2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됐음에도 서울 집값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으며 송파구(0.29%)·서초구(0.15%)·강남구(0.12%) 등 핵심 지역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집값이 한창 폭등하던 상반기보다는 오름폭이 다소 둔화됐지만 아직 집값이 꺾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한은이 7월 집값과 가계부채 과열을 우려해 금리를 유지했던 것처럼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내수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로 한은이 금리를 묶은 뒤 당분간 집값과 가계부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 시간) 미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한은 금통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정책이 제약적 영역에 있는 상황에서 기본 전망과 위험 균형의 변화는 정책 기조 조정을 정당화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35%인 7명이 ‘무관하다’고 답했다. ‘아직 이르다’고 답한 응답자도 4명(20%)을 기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한미 금리 차가 2%포인트 벌어져 있는데 추가로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한은은 국내 금융 안정에 더 초점을 맞춰 선제 인하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도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은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존재하는 가운데 노동시장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 인식을 드러냈다”며 “이는 미국이 얕은 스태그플레이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신호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서서히 진행될 것을 암시하고 있어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응답자들은 향후 금리 인하 시점으로 10월을 가장 많이 꼽았다. 20명 중 15명(75%)이 10월을 예상했다. 성장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이 필요한 만큼 9월 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이 높은 미국의 상황을 지켜본 뒤 10월에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연내 추가 금리 인하 횟수는 1회 인하(14명·70%)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한은은 올 2월, 5월에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연내 1회 인하하면 올 들어 총 3번을 내리게 되는 셈이다.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10월 인하가 올해 마지막 인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횟수는 ‘연 2회’가 5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 1회’ 35%, ‘남은 3회 모두 인하’ 15%로 조사됐다. 서경 점도표(향후 금리 수준 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최종 금리 수준으로 연 2.25%가 75%로 가장 많았으며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까지 연 2%를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65%, 45%였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 중간값은 0.93%로 기획재정부(0.9%)와 글로벌 투자은행 8곳 평균(0.9%)과 유사하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 소장은 “플러스 효과는 추가경정예산과 수출 선전이지만 건설투자 부진과 관세 불확실성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의 향후 정책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 및 가계대출 추이 검토’가 75%로 가장 많았고 이어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 우려(55%)’ ‘물가 상승률 목표 범위 관리(30%)’ ‘연준 통화정책(15%)’ ‘환율 변동성 관리(10%)’ 순으로 나타났다.
서경 금통위 서베이 답해주신분들(가나다순)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공동락 대신증권 부장,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문홍철 DB증권 팀장,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조영무 NH금융연구소 소장,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허인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우혜영 LS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