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내수 확대로 본업 경쟁력을 지키는 기업에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과잉설비를 줄이되 과도하게 축소하면 중국·중동 등 경쟁 국가의 수입 의존도가 늘어 산업 경쟁력을 잃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 자금 마련을 위해 알짜 사업을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방식은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으로 알려졌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의 대산 납사분해시설(NCC) 통합,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여천NCC 정상화 등 사안별로 채권단의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천NCC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롯데케미칼과 HD현대의 주채권은행인 신한·하나은행이 연말까지 협의를 통해 개별 지원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우선 공장을 폐쇄해 고철값에 정리하는 ‘스크랩’ 방식 대신 공장 가동만 멈추는 등 고정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각 기업이 스페셜티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을 가져오면 그에 따라 채권단이 차입을 연장하거나 신규 지원을 하면서 종합 대책이 완성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천NCC 3000억 원 차입금 긴급 수혈 사례는 신용도가 떨어지자 일부 채권단이 급하게 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기업과 채권단이 함께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자율협약에 참여하기로 한 석유화학 업체들의 금융권 익스포저(위험 노출 금액)는 총 32조 1000억 원 수준으로 이 중 은행권 대출금인 18조 원은 협약에 따라 단기 상환 위험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기업별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스페셜티 산업의 경우 외부에 매각하기보다는 정책금융기관이 시설자금과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최근 일부 석화 기업은 스페셜티 사업부를 경영권 거래 PEF나 크레디트 펀드에 분할 매각 의향을 타진하고 있지만 이는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효성화학이 특수가스사업부(NF3)를 IMM PE와 스틱 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려다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효성화학은 효성티앤씨에 사업부를 매각해 9600억 원을 마련했다.
당국은 이번 자율협약 목표치가 초반 거론되던 것보다 낮아진 만큼 업계에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정도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던 초반 삼일회계법인 등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각 산업단지당 NCC 등 범용 석화 기업은 하나만 남기고 통폐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석화 업계가 의뢰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보고서 결론은 각 산단에서 하나씩 줄이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목표치이기 때문에 기업별로 채권단의 만기 연장 등 달라진 자금 상황을 전제로 개선 방향을 내놓으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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